[서울형 도시재생] “고쳐서 다시 쓰자”… ‘박원순식 도시재생’ 가속도

입력 2019-10-04 07:30

재생(再生) 넘어 자생(自生)으로

‘외로운 인공섬’ 한강 노들섬이 최근 자연생태 숲과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이 공존하는 한강 음악섬으로 변신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 초반까지 노들섬 동쪽 모래밭은 ‘한강백사장’이라 불렸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즐기는 시민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유원지, 오페라하우스, 한강예술섬 등 여러 개발 사업이 무산되면서 시민 발길이 끊겼고 노들섬은 외딴 섬으로 잊혀졌다.

서울시는 2013년 시민, 전문가와 노들섬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3단계의 설계공모, 2년여간 공사 기간을 거쳐 ‘음악섬’으로 재탄생시켰다. 노들섬의 핵심 시설은 한강대교에서 용산 쪽을 바라보고 다리 서편에 새로 들어선 ‘음악 복합문화공간(연면적 9747㎡)이다. △라이브하우스(대중음악 전문공연장) △노들서가(서점 겸 도서관) △음식문화공간 △식물도(島)(식물공방) 등 주요 시설로 구성된 음악 복합문화공간은 기존 노들섬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최대 3층 높이의 건축물이 다양한 레벨로 아기자기하게 배치됐다. 한강대교에서도 이 건물을 통해 노들섬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음악 복합문화공간에서 나와 한강대교 반대편으로는 약 3000㎡ 규모의 잔디밭 ‘노들마당’이 펼쳐진다. 최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이자 돗자리를 펴고 한강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음악섬’ 노들섬은 박원순식 도시재생인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이다.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주민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직접 재생사업을 추진하게 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들섬은 시민의 직접 참여와 의견 수렴을 통해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운영자를 우선 선정해 기획·설계·시설조성 후 운영 프로그램을 마련한 모범적인 사례”라며 “특히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뮤지션들의 특화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노들섬은 관(서울시), 주민, 민간,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 탄생한 결과다. 서울시는 일시적 개발 사업이 아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재생 방향을 잡았다. 2015년 1차로 노들꿈섬 운영 구상안을 공모하고 2차로 운영계획·시설구성 공모를 진행했다. 노들섬 사업 당시 운영기획을 담당했던 임동선 밴드오브노들 매니저는 “관이 주도해 시설 용도와 운영 방향을 정하고 이에 적합한 운영자를 뽑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 전문가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좋은 도화지’를 제공했다”며 “노들섬처럼 민간 전문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공공재산의 운영 방향을 기획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건 전례가 없었다. 행정 영역은 행정부서의 결정을, 기획과 창의력, 아이디어와 운영 방식에 관한 건 민간그룹 의견을 존중했다”고 떠올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재생이란 법률적으로 ‘도시재생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시재생법)’ 제2조에 근거해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 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우고 새로 쓰는 도시’가 아니라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를 지향한다.서울시 관계자는 “도시문제 해결책으로 부수고 다시 세우는 게 아니라 도시와 공존하는 시민들이 관계망 속에서 치유와 회복을 통해 문제를 고치고 발전시켜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도시개발계획은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 및 도시화로 도시 성장에 중심을 두면서 신도시, 신시가지 개발 등 주거 공급 위주로 진행됐다. 이는 도시 기능을 개선하고 생활 편익을 높여줬으나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을 가속화해 대도시권 교외지역의 난개발을 초래했고,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노후 쇠퇴지역은 우선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고층·고밀도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 개발로 재정비됐다. 주택 및 교통문제, 도시경관 손상, 환경 문제, 인프라 부담 등이 야기돼 도시 생활의 질이 저하되는 한편 도시의 역사와 문화적 정체성이 상실됐다.

급격한 산업화로 도시의 양적 성장에 치중해 왔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발과 성장의 시대에 발생했던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포용적 도시에 관심을 두는 세계적인 추세가 반영됐다.

서울시는 소득 수준 향상, 삶의 질 관심 증가 등으로 쇠퇴 지역에 대해 질적 성장을 위한 도시재생이 요구된다고 판단했다. 도시재생법에 따르면 서울지역 3분의 2가 쇠퇴 지역으로 도시재생이 시급하다2013년 기준 423개 행정동 중 322개(76%)가 법정 쇠퇴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도시특별법 제13조 제4항에 따라 인구 감소, 사업체 이탈, 건축물 노후도를 기준으로 3가지 중 2가지 이상 충족하는 지역에 한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어서 체계적인 보전·관리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의 발굴, 주민 참여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등 침체된 도시를 재생하기 위한 모두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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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비전 및 추진 전략은=서울의 도시재생 개념은 2000년대 초 북촌마을 프로젝트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를 디지털 미디어산업 중심으로 탈바꿈시킨 DMC 프로젝트, 차도로 덮여 있던 기존 물길을 시민 공간으로 되돌린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 등 테마별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추진됐다. 2012년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시작으로 도시재생이 서울시 전역으로 본격 확대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도시정책 핵심은 ‘사람’에 대한 배려”라며 “‘시민’에 의한 ‘시민’이 원하는 ‘시민’ 스스로 도시를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서울형 도시재생’으로 2013년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추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발맞춰 2015년 12월 법정 기본계획인 ‘2025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특별법에 따른 법정계획으로 서울형 도시재생의 원칙과 기본 방향을 제시한다. 또 서울 도시재생의 비전을 ‘따뜻하고 경쟁력 있는 도시, 서울’로 설정하고 ‘함께 만들고, 함께 잘살고, 함께 행복한 도시재생’을 목표로 세웠다. ‘서울형 도시재생’은 △국가협력 △일자리 생태계 성장 △안전한 정주환경 △지속가능한 미래 등 4대 주요 추진전략 20개 세부 과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서울시 전역 163곳에서 ‘서울형 도시재생’이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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