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혁신성장의 답이다㉒] 남성준 ‘다자요’ 대표 “시골 빈집 고쳐 공유숙박업… 해묵은 규제에 발목”

입력 2019-09-23 05:00

“실거주자만 민박 가능” 농어촌정비법 위반 혐의 경찰 조사받아

결국 임직원·주주 대상 사택 개념 장기 임대로 사업 모델 수정

“스타트업들 규제에 부딪혀 위축… 시대 맞게 규제도 바뀌어야”

▲남성준 다자요 대표가 19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카페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 나오는 산촌, 어촌 동네에서 묵으며 여행할 수는 없을까?”

‘다자요’는 관광객이 드문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휴식하는 여행자를 위한 플랫폼이다. 2015년 남성준(45) 다자요 대표는 지방 소도시에 있는 빈집을 그럴싸한 별장처럼 꾸며 공유 숙소로 운영하는 사업 모델을 생각해 냈다. 단순히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모델이 아니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그의 눈에 빈집이 눈에 띄었고, 빈집을 없애고 새로 짓는 것보다 장기 임대해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떠올렸다.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로 제주 지역 고유의 경관이 훼손되는 게 아쉬웠기에, 도시 재생 관점에서도 반색할 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빈집 대신 마을과 어우러진 민박이 생기고, 관광객들 발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8월 와디즈에서 투자형으로 펀딩에 나서 119명의 투자로 2억 원을 모았고, 이후 제주에서 ‘빈집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제주 서귀포시에 빈집을 리모델링한 도순돌담집도 성공적으로 리모델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올해 5월 다자요의 사업 모델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남 대표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그 뒤 사업 모델을 바꿔 빈집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는 남 대표를 19일 서울시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확히 어떤 법에 저촉되는 거냐는 물음에 남 대표는 “법령을 어겼다기보다 법령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자요의 사업 모델은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나 관광숙박업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농어촌정비법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그런데 빈집을 이용해 농어촌 민박을 하는 것은 실거주자만 농어촌 민박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농어촌정비법에 어긋난다.

1995년 만들어진 농어촌정비법은 이후 개정을 통해 민박 사업 시 농촌 주민의 소득을 늘릴 목적으로 외부인이 숙박시설을 민박으로 신고해 운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실거주자 요건도 그래서 생겼다. 제정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이 법은 현실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박 사업자들이면 무조건 손님을 받는 숙소에 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남 대표가 답답한 부분도 여기에 있다. 그는 “고즈넉한 마을의 빈집을 잘 고쳐 숙박업을 하는 게 범죄가 될 일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남 대표는 “세상에 필요 없는 규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시대가 변해 드론이 택배를 나르고, 휴대전화로 집안의 가전제품을 작동시키는 시대에 정부도 빠르게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의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는 것을 고려해 공무원들도 ‘현재 법으로는 안 된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되는 방법을 찾아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다자요는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숙박업은 중단했다. 법무법인의 조언을 받아 임직원과 주주만을 대상으로 한 사택 개념의 한 달 이상 장기 임대로 사업 모델을 수정했다. 현재 리모델링이 완성된 숙소는 4채다. 전국적으로 90채 정도가 리모델링 빈집 프로젝트의 대기 명단에 올라와 있다. 현재 다자요의 주주는 189명이다. 이달 말 와디즈에서 추가로 주주 모집에 나선다.

남 대표는 애초 사업모델을 가능케 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잡고 입법화도 준비 중이다. 그는 “앞서 나간 기사들을 보고 김영주 의원이 연락을 주셨고, 지난달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입법에 관한 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빈집을 관광숙박 신사업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입법 요건 등이 논의됐다.

내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예정이다.

남 대표는 “규제 샌드박스가 새 사업 모델을 만들었는데도 규제에 부딪혀 애로를 겪는 스타트업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남 대표는 다자요가 ‘지방에서 시작한 스타트업도 충분히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표본이 되길 바랐다. 그는 “정부는 ‘제2 벤처 붐’이라고 하지만, 지방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을 자주 보인다”며 “다자요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지방 스타트업계에도 활력이 더 생기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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