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경제법안’ 표류에…손발묶인 재계 주름살만 는다

입력 2019-09-22 16:08수정 2019-09-2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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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탄력근로제ㆍ최저임금법 등 최대 반년 이상 계류 중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에 따른 국회 공전 장기화로 기약없이 쌓여만가는 경제법안들이 기업들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발등의 불’은 근로기준법에 해당하는 탄력근로제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기간이 이미 지난 3월31일 끝났지만, 이를 보완할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입법 심의를 반년 이상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현행 3개월의 단위기간을 얼마나 늘릴지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은 6개월, 야당인 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최대 3개월은 턱없이 짧을 뿐 아니라 주당 노동시간이 64시간을 넘으면 불법이어서 늘려야한라는 경영자측 의견과 단위기간 확대는 장시간 노동 근절 방향에 역행한다는 노조의 주장도 대치 중이다.

내년 1월부터는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대상이 50~299인 사업장으로도 확대돼, 100일 남짓 남은 시일 내 여야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혼란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주 52시간제에 대해 시행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사업장이 39.0%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도입 요건 완화, 보다 충분한 준비시간 허용 등이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도 시급하다. 올 들어 진통 끝에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다소 낮은 2.9%로 결정됐지만 이미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오른 탓에 여전히 기업들은 경영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의 여파로 올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고인 1조7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실질적인 속도 조절을 위해서는 업종·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와 최저임금 상·하한선 결정주체 변경 등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연내 통과되지 못하면 2021년에도 적용이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빅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 분야 경쟁력 강화 관련 법안인 화학물질관리법 등 민생·경제 법안들이 줄줄이 계류된 채 사실상 올스톱이다.

이에 정치 이슈에 지나치게 현혹돼 경제위기 불감증에 빠진 정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9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대내외 악재가 종합세트처럼 다가오는데도 경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며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은 29.4%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최근 인도마저도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글로벌 경기불황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며 “계류 법안이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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