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냐 이란이냐...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배후 놓고 논란

입력 2019-09-1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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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의 위성사진. AFP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 주체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과거 유사 사건에 비춰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퍼즐이 어떻게 맞춰지는지에 따라 향후 중동 정세가 요동칠 전망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칼끝은 이란을 겨누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정황상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범인을 알고 있고 그 이유도 있다”며 “사우디 검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장전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군사 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그는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사우디 석유시설 공격이 이란과 이라크가 아닌 곳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하기 매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총 19곳이 공격을 받았는데 후티는 10기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드론 10기로 모든 시설을 공격했다는 건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라며 후티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드론 뿐만 아니라 이란과 이라크에서 순항 미사일이 발사됐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16일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사우디도 석유시설 공격에 이란산 무기가 쓰였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의 투르키 알 말리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파편과 잔해를 분석한 결과 이란 것임이 드러났다”며 “후티 반군의 주장과 달리 공격을 시작한 게 후티 반군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격 시작 지점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혐의를 거듭 부인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러시아, 터키와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격은 사우디의 내전 개입에 대한 예멘인의 대응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자국의 관여 혐의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예멘 세력이 공격 주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이란이 지금 시점에서 사우디 공격을 감행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란과의 정상회담을 저울질하고 있었는데 이란이 굳이 찬물 끼얹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공격 주체 특정에도 불구하고 사건 해결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공격은 6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2척의 외국 유조선이 공격받은 사건의 전개 과정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사건 발생 이후 영국과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당시에도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사건 3개월이 지나도록 실행범이나 공격 방법을 특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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