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격화된 삼성·LG ‘8K TV' 신경전

입력 2019-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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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8K TV의 화질 선명도는 4K 수준이다.”(이정석 LG전자 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

“1등 업체를 따라가기 위해 헐뜯는 것은 기본이다.”(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8K TV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삼성과 LG의 신경전이 독일에서도 한층 격화됐다.

LG전자는 이례적으로 삼성전자 실명을 거론하며 삼성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8K TV의 화질 선명도가 8K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1등 기업을 헐뜯는 것이어서 대응가치조차 없다며 무시전략을 선택했다. 8K TV는 7680×4320 화소의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초고선명 텔레비전이다. 4K UHD TV보다 4배 선명하다

LG전자는 7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2019’에서 진행된 LG 테크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 QLED 8K TV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LG전자가 지적한 부분은 CM(화질 선명도)이다. LG전자가 인용한 ICDM(국제 디스플레이 계측 위원회)의 표준 규격에 따르면, 해상도의 경우 픽셀 개수는 물론, CM(화질 선명도)도 충족해야 한다.

ICDM은 문자 구분을 위해서 화질 선명도가 50%를 넘어야 한다며, 이를 넘지 못하면 8K 수준의 해상도가 아니라고 정의했다. LG전자는 ICDM 규격을 적용했을 때 삼성전자 QLED 8K TV의 CM은 50%를 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형세 LG전자 TV사업 운영센터장(부사장)은 “4K, 8K에 관계없이 해상도에 관한 규정은 정해져 있다. 8K와 관련해 또다른 규칙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모든 업체가 수용하는 ICDM 기준을 준용해야 한다고”고 설명했다.

▲IFA 2019 LG전자 전시관에서 나노셀 8K TV엔 ‘화질선명도(CM: Contrast Modulation) 90%’ 삼성전자 QLED 8K TV엔 ‘화질선명도 12%’라고 표기하고 있다.(베를린(독일)=한영대 기자)
LG전자는 IFA 2019 전시장에서도 자사 나노셀 8K TV와 삼성의 8K TV를 비교 전시했다. 나노셀 8K TV엔 화질 선명도 90%라는 표시를 했고, 삼성전자 TV엔 12%라고 적었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주장에 대해 공식 대응하지 않을 방침이다. 삼성전자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독일 베를린시내 웨스틴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의 주장에 대해 “화질을 인증하는 곳은 없다. 신경쓰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LG전자의 주장을 무시할 수 있는 배경은 8K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QLED가 점유율이 앞서며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뒤늦게 제품을 출시하며 추격하는 입장에서 구사하는 공격적인 전략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셈이다.

LG전자는 올 초부터 삼성전자 TV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정석 LG전자 상무는 올해 5월 구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사의 QLED TV는 2015년에 이미 판매된 SUHD TV의 이름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경쟁사 때리기에 마케팅적 요소도 가미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소비자 육안으로는 4K와 8K 화질을 구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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