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원 메가폰엔터테인먼트 대표 “AI가 배우 추천…‘캐스팅 갑질’ 사라질 것”

입력 2019-08-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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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오디션’ 베타서비스, 배우 지망생 등 2만 명 이용

제작사는 비용 절감 효과… 연기자도 “공정한 선발” 환영

▲김철원 메가폰엔터테인먼트 대표(사진제공=메가폰엔터테인먼트)

#알고리즘이 적용된 인공지능(AI)이 오디션에 지원한 배우 중 TV드라마나 영화 배역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아서 추천해 준다. 제작자나 감독은 AI가 사전에 뽑아 준 배우들 중 가장 맘에 드는 인물을 골라 촬영을 시작한다. AI가 오디션에 활용되면서 배역이나 캐스팅 결정의 ‘절대권력자’인 제작자나 감독들이 흔히 저지르는 각종 금품 및 향응 수수나 성 관련 비위 문제가 근절된다.

상상 속 장면이 아니다. 현재 한 플랫폼 개발 벤처업체가 만든 온라인 오디션 사이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해당 온라인 오디션 사이트를 이용하는 현역 배우 및 지망생들의 유·무료 이용자는 2만 명에 달한다.

오디션 플랫폼 ‘메가폰코리아’를 개발한 메가폰엔터테인먼트의 김철원 대표는 “개발과 보완 과정에서 주로 베타서비스에 집중해 왔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을 낼 생각”이라며 “이용자를 10만 명까지 늘리는 것이 1차 목표”라고 15일 밝혔다.

메가폰코리아 사이트는 영화나 드라마 ‘판’에서 이뤄지는 배우 선택과정에 대한 김철원 대표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그는 배우 임창정 주연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작 ‘스카우트’를 비롯해 다수의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등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의 ‘공정한 거래’에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김 대표는 “무명배우들은 영화사에 자신의 프로필을 돌리며 발품을 판 뒤에도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고 고정수입이 없어서 생계가 위협받는 일도 허다해 평균 수입이 가장 낮은 직군 중 하나”라며 “그 와중에 힘있는 제작자들과 연예계 큰손들이 캐스팅을 좌지우지하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는 것을 보면서 구조적 개선을 위해 시스템을 개발키로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와 제작 관계자들을 위한 일종의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인 셈이다. 2016년 시험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엔젤매칭펀드 및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투자프로그램에서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작년에는 벤처기업 인증도 받았다. 김 대표는 “아이디어나 기술 자체가 혁신적이라고 인정받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메가폰코리아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과 공정성이다. 배우가 사진, 프로필, 연기 동영상 등의 포트폴리오를 등록해 두면 감독이나 제작사 측에 배역에 맞는 인물을 추천해 준다. 예컨대 ‘사기꾼’, ‘청순한 회사원’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가장 적절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데이터베이스에서 골라내는 식이다. 캐스팅하는 입장에서는 일일이 오디션을 보는 수고를 덜 수 있고 배우도 오디션에 지원한 뒤 기약없이 연락 오기를 기다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메가폰엔터테인먼트의 미디어센터.(사진제공=메가폰엔터테인먼트)

김 대표는 “베타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2만 명까지 늘어나는 등 반응이 좋은 편”이라며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공정해 선호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오디션의 특성상 신뢰도를 의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서울 역삼동에 오프라인 오디션이 가능하고 배우들이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인 ‘미디어센터’도 구축했다. 오디션 사이트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에서다.

올 상반기에만 유명 감독의 영화 및 공중파 드라마에 다수의 배우들이 온라인 오디션을 통해 뽑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메가폰은 올해부터는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우선 10만 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하고 유료 이용자를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주연을 제외한 역할은 온라인 오디션으로만 뽑는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장기적으로 웹드라마 등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 오디션을 거친 연기자를 출연시키는 것이 목표다. 배우를 고르고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의 수익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사업영역 확대도 주요 계획 중 하나다. 김철원 대표는 “우선 공모전 등 심사가 필요한 부문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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