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의 '선견지명'...15년 전 한일FTA 협상 깼던 이유는

입력 2019-08-12 16:33수정 2019-08-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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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FTA 제2의 한일 강제병합 될 것 같아…일 경제보복 영향 ‘손 한 줌‘”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연합뉴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12일 15년 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했던 이유가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이 될 것 같아서”라고 공개해 관심이 쏠렸다.

김 차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한일 FTA 협상 수석대표를 맡아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체결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우세했던 시기에 김 차장의 반대로 결국 협상이 깨졌던 일화를 얘기했다.

김 차장은 “부품·소재 분야와 핵심 장비 분야에서 일본과 비교했을 때 기술 격차가 너무 컸다”며 “일본이 부품·소재를 무기로 우리 경제를 얼마든지 흔들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일 FTA를 하면 제2의 한일 강제병합이 될 것 같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해 그것을 깼다”고 밝혔다.

이어 김 차장은 “관세를 제거해도 비관세 무역 장벽이 높아 애로사항이 많다”며 “제가 한일 FTA를 깬 뒤로 우리가 부품·소재 분야에서 기술력이 지난 10년간 16% 향상됐다”고 부연했다.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을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김 차장의 판단은 선견지명이라 평가할 수 있다.

김 차장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 제외한 영향에 대해 “1194개 전략물자 중 검토를 해보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며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전략물자는 ‘손 한 줌’”이라고 진단했다.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전략을 묻는 말에 그는 “우리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2.4%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라) D램 공급이 2개월 정지되면 전 세계 2억3000만대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이런 카드가 옵션으로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일본에 대한 한국의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면서 “가장 좋은 조치는 4차산업혁명 기술 면에서 우리가 일본을 앞장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능한 기술자들을 많이 오고 인센티브도 많이 줘야 한다”며 “국가 발전의 기본 원리인 기업과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우리 기업이 핵심기술 분야의 기업들을 M&A(인수·합병) 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충분히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 발표 후 지난달 중순 미국에 갔던 일에 대해서도 밝혔다. 먼저 미국 측에 ‘중재’ 요청을 했는지에 대해 그는 “제가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면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청구서’가 날아올 게 뻔한데 제가 왜 그걸 요청하겠는가”라며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가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 차장은 미국에 간 이유에 대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은) 일본의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것이었다”며 “또 하나는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생각해 아시아 외교 정책을 운용하려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문제와 관련해 김 차장은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며 “국방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 분야에서 외부 세력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안보 분야에서도 부품·소재처럼 똑같은 문제가 안 생긴다는 법이 없지 않나”라며 “우리에게는 없지만 일본은 8개를 가진 정찰용 인공위성도 쏴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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