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공매도에 분노하는 투자자들

입력 2019-08-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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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1부 차장

“바이오산업은 악질적이고 부정한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로 변한 지 오래다. 공매도 금지법이 한국 바이오산업의 성장력을 지킬 수 있다.”

바이오 업계가 공매도 금지법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공매도(空賣渡)는 말 그대로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넣는 것을 말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보자. 임상 3상 결과를 앞두고 있는 A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1만 원이다. 그런데 시장에 A기업의 임상 결과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기 시작한다. 주가가 내려갈 것 같다. 투자자 B는 한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1만 원에 A기업의 주식을 팔아버린다. 며칠 뒤 실제 이 기업의 임상 결과가 부정적으로 발표됐고 A기업의 주가는 8000원까지 하락했다. 투자자 B는 1만 원일 때 빌려 판 주식을 8000원으로 떨어졌을 때 되사서 돌려줬고 차익 2000원을 벌게 됐다. 투자자 B는 공매도를 활용해 주가가 급락하는 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시장에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었다. 하락장이지만 공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무엇일까. 일단 개인투자자가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개인이 공매도 투자에 나설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상 개인투자자의 진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하락장에서도 외국인·기관은 수익을 낼 방법이 있지만 개인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 기업들은 공매도의 부작용이 이보다 심각하다고 말한다. 매도 투자 세력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도 폭탄을 쏟아내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등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이 바이오주 투자자들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1년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규제해 달라는 청원글이 1200여 건 게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2주간 증시가 급락하자 2일 시작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청원글에는 2만여 명의 지지가 모아지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도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의 하나로 공매도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임기응변식 대응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도 정부의 대책에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에 ‘한시적’ 카드를 내밀며 당장의 논란만 잠재우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이는 앞서 내놓은 대책들의 신뢰가 무너진 탓도 있다. 정부는 삼성증권 위조주식 발행 사건과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등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공매도 관련 사건 때마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비난만 받아왔다. 지난해 내놓았던 개인투자자에 대한 공매도 제약 완화 대책이 대표적이다. 국내 공매도 시장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한 채 내놓은 대책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신만 키웠다.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찾을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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