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형주 변호사 “즉시연금, 일종의 불완전판매…보험사 책임”

입력 2019-08-08 17:34수정 2019-08-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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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연금·만기보험금은 별개, 생존연금월액 일부 적립해 만기보험 재원 충당 말도 안돼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의 원고 측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형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부실 약관에 따른 불완전판매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보험 분쟁 관련 법적 구제의 접근성과 실효성을 고려해 집단소송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일종의 불완전판매입니다. 보험사가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 소송과 관련해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김형주 변호사(법무법인 정세)의 발언이다. 보험사의 법적 책임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4월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는 총 1조 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를 놓고 보험사와 즉시연금 가입자 사이의 공방이 한창이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3차 공판에도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상품 연금계산식 산출 방식에 대한 양측의 뚜렷한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약관 해석상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생존연금월액에서 충당하는 것이 약관의 내용에 포함됐는지의 여부”라고 정리했다. 이투데이는 김 변호사를 만나 즉시연금 미지급 소송의 쟁점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의 입장을 확인했다.

◇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으로서 생존연금월액의 일부가 공제된다’는 점이 약관에 명시돼 있느냐가 관건” = 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는 요청에 “원고들의 주장은 약관의 해석상 공시이율적용이익 전부가 생존연금월액으로 지급돼야 하고, 그 일부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으로서 공제된다는 점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아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킬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존연금과 만기보험금은 별개의 보험금인데, 만기보험금을 받기 위해서 별개의 보험금인 생존연금월액의 일부를 떼 내 적립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이와 같이 하려면 그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명시했다 하더라도 보험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는 보험계약 체결의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에 대해 보험계약자에게 설명을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즉시연금 ‘상속 만기형’은 처음 가입할 때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매달 생존연금을 지급하고 만기 때는 처음 낸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보험료 1억 원을 일시금으로 내면 다달이 이자를 연금처럼 받다가 만기 때 1억 원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다. 매달 받는 생존연금은 이자와 같은 개념이다.

보험사들은 이 1억 원을 돌려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하는 생존연금(이자)에서 일정 적립액을 뗐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한 계약자들은 이런 공제 내용을 보험 약관에 명시하지 않았으니 그 동안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을 달라고 맞서고 있다.

김 변호사는 “약관은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해석돼야 하고, 보험사는 평균적인 고객이 약관의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내용은 명확하게 표시하여 알아보기 쉽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달 지급되는 생존연금월액은 보험계약자에게는 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므로 보험사는 약관을 만들 때 보험사가 의도한 상품의 내용이 관련 부분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4월 12일 열린 첫 심리에서 약관 부실 문제를 지적받았다. 김 변호사는 ‘1차 심리에서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지적됐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원고 측의 주장은 명시 자체가 안 돼 있다는 것인데, 그쪽(삼성)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원고들이 알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며 “설령 보험사의 주장대로 명시돼 있다고 봐도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인 생존연금이라는 보험금에 대해 보험계약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했어야 하지만 설명의무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또 “보험사는 보험약관, 산출방법서, 가입설계서 등 관련 서류 전반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생존연금월액에서 공제한다는 점이 명시됐다고 볼 수 있고, 원고들도 알 수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며 “하지만 산출방법서는 보험회사 내부의 계리적 서류에 불과해 산출방법서에서만 정하고 있는 사항을 두고 보험계약의 내용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입설계서에 기재된 내용이나 교부 여부는 각 보험계약자마다 다를 수 있고, 가입설계서에는 연금액이 숫자로만 예시돼 있을 뿐, 각 연금 지급 형태별로 연금계산 방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전혀 기재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입설계서에 보험금의 예시 금액을 기재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계약체결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계약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결국 산출방법서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방법으로 명시된 바 없으므로 보험계약의 내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생존연금월액 산정기준에 관한 각각의 주장이 각각 합리성이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작성자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공시이율적용이익 전부를 생존연금월액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에는 국내 유형 즉시연금 팔지 않아… 타사 즉시연금도 본질은 같아” = 현재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 소송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10개 보험사를 상대로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즉시연금 판매 생명보험사에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삼성과 한화는 “법원 판결을 따를 것”이라며 맞받았다.

김 변호사는 “금감원 분쟁조정 이후 보험사가 약관을 수정했다”며 “현재 즉시연금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농협생명뿐이고 이전에 즉시연금 상품을 판매하던 나머지 보험사들은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외국의 경우 삼성생명 등에서 판매한 즉시연금 상품과 동일한 구조의 상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이어 “다른 보험사의 즉시연금 상품 유형은 대동소이하다”며 “즉시연금 만기형 상품을 삼성에서 만든 것이고 이를 타사가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변호사는 보험사들이 애초에 약관을 만들 때부터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제상으로 증권 관련 집단소송 등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집단소송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보험 분쟁과 관련해서도 보험소비자들의 법적 구제의 접근성과 실효성, 소멸시효의 측면에서 집단소송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시연금 피해자가 꽤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 소송에 참여한 사람은 얼마 안 된다”며 “보험사는 보험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고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즉시연금 사건도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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