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반 년간 본회의 달랑 3번…밥값 안해도 연봉 1억5000만 원 받는 의원은 '세상의 갑'

입력 2019-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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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법활동 거의 전무한데, 매달 20일 1140만원 꼬박꼬박

선진국 비교해도 미국 다음으로 높아…1인 국민소득의 4.34배

‘최저임금 줘라’ 여론 부글부글…일부 의원 ‘세비 반납’ 캠페인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격언에서 자유로운 곳이 있다. 올 들어 입법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한데도 세계 최고 수준의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있는 20대 국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통상 ‘세비’로 부르는 국회의원 급여의 정식 명칭은 수당이다. 국회의원의 수당은 매달 일반수당 675만1300원, 관리업무수당 60만7610원, 정액급식비 13만 원, 정근수당 56만2608원(월평균), 명절휴가비 67만5130원(월평균) 등 총 872만6648만 원이다. 여기에 입법활동 지원 명목으로 월 313만6000 원의 입법활동비가 책정된다. 회기 중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면 받는 특별활동비도 월 78만4000원씩 지급된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제외한 일반 의원 기준으로 1264만6648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도 신청할 수 있다.

국회의원의 보수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억5176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국민 1인당 실질소득(3493만 원)의 4.34배, 올해 1분기 전국 평균 가구소득(가구원 3.05명, 월 482만원)의 2.62배에 해당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17년 조사에서 평균소득이 가장 많은 직업으로 국회의원을 꼽았다. 당시 국회의원 연봉은 1억4000만 원으로 지금보다 낮았지만 성형외과 의사(1억2000만 원), 기업 고위 임원(8500만 원), 대학 총장·학장(8000 만원)을 제쳤다.

우리 국회의원 보수는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요국 국회의원 보수를 비교한 결과 구매력평가지수(PPP) 환율을 적용한 한국 의원들의 연봉은 16만3360달러로 미국(17만4000달러) 다음에 위치했다. 일본은 15만4707달러, 독일 14만6288달러, 영국 11만1400달러, 프랑스 10만6691달러 등이다. 특히 1인당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회의원 급여는 한국(4.16배)이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과 독일이 각각 2.92배였고, 영국 2.56배, 프랑스 2.46배로 보통 GDP의 2~3배 정도다.

올 상반기 6개월간 국회 본회의는 불과 세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의원들은 매달 20일 빠짐없이 월급을 받았다. 심지어 수감 상태인 자유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전 의원도 의원직을 상실 때까지 예외는 아니었다. 프랑스, 폴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불출석 일수만큼 수당을 삭감하는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특혜다.

국회 공전으로 민생법안 처리가 뒷전에 밀리자 ‘일을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월급을 주지 말자’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간 리얼미터가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회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80.8%에 달했다.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약 27만8000명이 서명했다.

일부 의원은 반성의 의미로 세비를 반납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장으로서 7월 국회도 입법 실적이 전무하게 된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수당으로 받은 1000만 원을 기부하면서 다른 의원들의 동참을 독려했다. 민 의원은 “국민들께 무릎 꿇고 사과할 일은 사과해야 한다”며 “정치인 중에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 국민들 마음에 위안이 되고 정치인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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