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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트립_홍콩에 가면①] 먹다 지친 사람 '나야 나'
입력 2019-07-19 05:00
3박 4일 홍콩 여행기…빠지면 섭섭한 '먹방 투어'

▲몽콕에 위치한 '타이헤탕' 차관. 홍콩식 약차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다. 여기서 자라 젤리를 처음 먹게 됐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홍콩에 다녀왔다. 3박 4일 일정이다. 마카오를 방문하는 일정 없이 오직 홍콩만 누볐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짧게만 느껴졌다. 먹는 데 8할을 썼는데도 못 먹고 온 음식들이 생각나서다.

홍콩은 말 그대로 미식의 도시였다. 한국에서는 줄 서서 먹어야 해서 '슬로우푸드'처럼 여겨지는 흑당버블밀크티는 말 그대로 '패스트푸드'였다. 한 가게 건너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흑당밀크티를 비롯한 각종 음료들이 즐비했다. 어찌 됐건, 길거리 음식에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도, 스스로 비위 약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홍콩에선 억울해서라도 다 먹고 와야 한다. (나야, 나.)

▲홍콩 공항에 있는 '크리스탈 제이드'에서 주문한 탄탄멘과 산라탕면. 국물색이 진한 산라탕면은 시큼한 맛 때문에 한 입 먹고 손을 대지 않았다. (홍콩=김소희 기자 ksh@)

◇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크리스탈 제이드 = 먼저 공항에 내리자마자 허기를 느꼈다. 서둘러 달래줘야지. '크리스탈 제이드(Crystal Jade)'에 들어갔다. 국내에도 들어와 있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슐랭 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다.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홍콩에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홍콩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했다. (접근성 높은 점수 드립니다.)

▲가이드는 한국인들의 입맛에 그린빈스 볶음이 잘 맞다고 했다. 실제로 맛보니 밑반찬으로 딱이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중화권에 왔으면 만두를 먹어야 한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이곳에선 중국 양쯔강 이남 지앙난 지역의 요리를 발전시켜 모던함과 클래식이 공존하는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샤오롱바오, 탄탄멘을 시켰다. 탄탄멘에서 느껴지는 땅콩맛이 예술이었다. 군만두 느낌의 딤섬, 찐만두 느낌의 딤섬, 청경채 그리고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그린빈스(껍질콩) 볶음까지 먹으니 홍콩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식전엔 테이블 세팅을 찍는 편이다. 오늘의 TMI(Too much information, 묻지도 않은 과도한 정보를 이르는 말).(홍콩=김소희 기자 ksh@)

◇ 첫날 저녁은 미슐랭 1스타로 = 숙소는 구룡반도에서 침사추이 외에 핫플레이스로 소문난 몽콕에 위치한 호텔 코디스(Cordis). (호텔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풀겠습니다) 몽콕역 바로 위엔 복합쇼핑몰인 랭함플레이스가 있어 볼거리, 먹거리가 대단하다. 코디스 6층에는 첫날 저녁 식사를 장식해 줄 광둥 음식 전문 고급중식당인 밍코트(Ming Court)가 있다.

광둥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라니! 광둥식 정찬을 즐길 기회였다. 특히 밍코트는 11년 연속 홍콩 미슐랭 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에 방문할 때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곳은 방문하는 편이다.

▲비주얼 보고 감탄했다. 튀김 옷을 가르면 게살이 가득 차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밍코트는 명시대를 테마로 밝고 경쾌한 요리를 선사했다. 밍코트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돼지 허리 고기 꿀 바베큐(Supreme pork Lion, Honey, Barbecued)는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았다. 한국에서 맛본 동파육보다 더 맛있었다. 새우요리(Cod fish fillet, Minced shrimp, Spiced shrimp, Fried Silver), 게살 요리(Stuffed crab shell, Crab meat, Breaded, Deep-Fried)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새우 요리는 총 세 조각의 부위가 나오는데, 머리와 꼬리는 새우, 중간 부분은 대구살이다. 새우도 두 부위가 다른 방식으로 조리돼 마치 세 가지 메뉴를 먹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메뉴는 홍콩 내 '베스트 오브 베스트 컬리너리 어워즈'에서 은상을 받았다고 한다.

▲머리와 꼬리는 새우, 중간 부분은 대구살인 밍코트의 시그니처 새우 요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메뉴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디저트 '스위트 원더랜드(Sweet Wonderland)'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SNS를 하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일 수도. 이유는 비주얼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이아이스 속에 감춰진 참깨, 콩 푸딩, 치즈 타르트는 여행이 주는 선물 같았다. '삭' 하고 걷히는 드라이아이스 속에서 디저트를 골라 먹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안내하는 '밍코트' 식사 가격은 350~500홍콩달러(한화 5만2000원~7만5000원)이다. '홍콩에서 미슐랭 1스타 먹었다'고 자랑하고 싶다면, 가성비가 괜찮다.

▲디저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마술 같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 나 '자라 젤리' 먹어본 사람이야 = 홍콩에서 생전 처음 자라 젤리를 맛봤다. 음식을 앞에 두고 별별 생각을 다 했다. 미리 말했지만, 비위가 약하다.

방문한 곳은 몽콕의 분주한 퉁초이 스트리트에 위치한 '타이헤탕(泰和堂)' 차관이다. 옛 홍콩식 약차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곳이다. 광둥의 전통 디저트 '탕수이'에 중국식 허브티를 곁들여 콘지, 차찬탱과 더불어 홍콩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기는 메뉴를 판다.

▲홍콩인들은 체질에 맞는 음료를 찾는다. 숙취 해소, 장 건강 등 본인이 원하는 렁차를 고르면 된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그렇다. 분명히 렁차(몸을 차게 식혀주는 음료)를 먹는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자라 젤리라니. 약간의 혼란을 느꼈다. 먹어야 할지 고민돼서 두리번거렸다.

"항암에 좋대."

어느새 내 혀는 자라 젤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몸에 좋다는 말에 약한 탓이다. 자라 젤리는 자라와 각종 한약재를 넣고 푹 고아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비주얼은 검은색 푸딩 같았다. 첫맛은 약간 떫었다. 자라로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서둘러 지우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뜬 두 번째 숟가락. 푸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식감은 푸딩 그 자체였다.

▲자라 젤리의 모습. 몸이 건강해지는 맛이다. 단맛을 느끼고 싶으면 시럽을 첨가하면 된다. 기자는 그냥 먹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광둥 요리의 철학은 '의식동원(醫食同源·음식은 약과 같다)'이라더니. 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찻집에서 자라 젤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홍콩이었다. 혼자 먹은 것 같아 억울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자라 젤리의 식감은 푸딩 같다. 이해를 돕는 사진.(홍콩=김소희 기자 ksh@)

◇ 장만옥 '최애(가장 좋아하는)' 음식 먹기 = 홍콩에 왔으면, 제대로 된 완탕면은 먹어줘야 하지 않겠나. 레이디스마켓을 돌고 '호왕각(Good Hope Noodle)'을 찾았다. 이곳은 홍콩 몽콕 야시장 맛집이라 소문난 광둥식 면요리 전문점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추천 리스트에도 소개된 바 있다. 쫄깃한 면의 식감은 대나무에 올라간 면을 반죽하는 홍콩 전통 에그 누들 제조법을 고수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새우완탕면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가장 무난한 메뉴이기도 하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영화 '화양연화'에서 장만옥의 최애 메뉴도 완탕면이었다. 완탕면은 2차 세계대전 후 중국 내전을 피해 홍콩으로 피난을 온 피난민의 애환을 담고 있다고. 어쨌든 완탕면은 진하면서도 맑은 육수에 새우가 들어간 탱글탱글한 완탕이 더해져 간단하면서도 든든한 점심 메뉴로 제격이다.

▲광둥식 우육면이다. 도가니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쫄깃한 식감의 고기를 맛볼 수 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아, 어디서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백종원 씨가 '푸드파이터' 홍콩 편에서 호왕각을 다녀갔다고 한다. 백종원 씨가 먹었다고 하니 왠지 더 맛있는 거 같았다. 이 집은 직접 제면까지 해서 착한 맛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북경식 짜장면과 비슷한 비주얼에 납작한 면발이 인상적인 '죽싱면'도 대표 메뉴 중 하나다. 참고로, 홍콩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가이드 선생님은 도가니 국수(우육면)를 선택했다.

▲매 끼니를 함께 한 콜라. 김치, 단무지 없어도 콜라 덕분에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홍콩=김소희 기자 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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