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WTO 7년 분쟁서 사실상 미국에 승소

입력 2019-07-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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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시절 상계관세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길 열어…USTR “WTO 규칙 훼손하는 판결”

▲미국 필라델피아의 델라웨어 강에 컨테이너 선이 정박해 있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7년 분쟁에서 사실상 미국에 승소했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WTO 상소기구는 이날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중국에 부과한 상계관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판정했다.

상소기구가 찬성 2명 반대 1명으로 내린 이번 판정은 결과가 섞여 있다. 상소기구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자국 기업에 불공정하게 낮은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해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라는 미국 측의 주장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상소기구는 미국의 상계관세 근거가 된 가격 산정방식이 잘못됐다며 중국이 정한 가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상계관세를 재검토하지 않으면 중국이 자체 제재를 통해 보복할 수 있는 길을 WTO가 열었다고 SCMP는 평가했다. 중국이 사실상 승소한 것이다.

미국 상무부가 태양광 패널과 풍력 타워, 주방 선반과 코팅지, 강철 싱크대 등 중국산 제품들에 대해 2007~2017년 부과한 17건의 상계관세가 이번 WTO 분쟁의 핵심이다.

중국은 미국 측이 총 22개 품목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해 총 73억 달러(약 8조6000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2012년 WTO에 제소했다.

이번의 사실상 승소에도 중국이 제재를 실행에 옮기려면 다시 구체적인 무역 피해 규모를 놓고 새로운 법적 논쟁을 거쳐야 한다고 SCMP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WTO 판정에 격분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성명에서 “이번 결론은 미국이 인용한 세계은행(W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구 보고서, 경제 조사 및 기타 객관적인 증거들을 무시한 것”이라며 “상소기구의 보고서는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해를 끼치고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왜곡시키는 중국의 보조금에 맞서는 것을 방해해 WTO 규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WTO 판정이 공개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중국이 농산물 대규모 구입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3250억 달러(약 383조 원) 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날 판정은 현재 미국 정부가 중국에 부과하는 2500억 달러 규모 관세와는 관련이 없다.

한편 WTO 상소기구는 사실상의 무역 최고법원 역할을 한다. 상소기구는 일반적으로 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사안을 판정할 때 최소 3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상소위원 선임이나 재임명을 차단하고 있어 오는 12월 11일에는 위원이 1명밖에 안 남게 돼 상소기구가 일시적으로 붕괴한다고 SCM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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