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해(害)’에서 ‘헌(憲)’으로

입력 2019-07-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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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오늘은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制憲節’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마를 제’, ‘법 헌’, ‘마디 절’이라고 훈독한다. ‘마를 제(制)’의 ‘마를’은 원형이 ‘마르다’이고, ‘마르다’는 “옷감이나 재목 따위의 재료를 치수에 맞게 자르다”라는 뜻이다. 즉 ‘마름질’의 원형동사가 곧 ‘마르다’인데 이 ‘마르다’로부터 ‘만들다’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대되었고, 다시 ‘정도에 맞게 잘 마름질한 규칙’이라는 의미의 ‘제도(制度)’라는 말이 생산되었다. ‘마디 절(節)’은 본래 대나무와 같은 식물의 마디를 뜻하는 글자였는데 ‘마디’가 가진 ‘똑 부러짐(정확함)’의 속성으로 인하여 ‘절도(節度:일이나 행동을 알맞게 하는 규칙적인 한도)’라는 의미로 뜻이 확장되었으며, 절도가 있기로는 춘하추동 4계절의 변화만 한 게 없으므로 나중에는 ‘계절(季節)이라는 의미로도 그 뜻이 확대되었다. ‘계절’이라는 의미로부터 다시 설, 추석 등 명절(名節)이라는 의미로 뜻이 확장되었다가 명절로부터 다시 ‘기념일’, ‘축제일’ 등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제헌절(制憲節)은 ‘헌법이 제정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헌법의 憲은 ‘해로울 해(害))’의 생략형(아래 부분의 ‘口’가 없는 모양)에다 ‘눈 목(罒=目)’과 ‘마음 심(心)’이 합쳐진 글자로서 ‘해로운(害) 일을 하지 못하도록 눈(目)과 마음(心)으로 경계한다’는 뜻인데, 이로부터 ‘법(法)’이라는 의미가 생겨났고 나중에는 교훈, 모범이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害’는 집(宀:집 면)에 앉아서 어지럽히는(丯:어지러울 개) 말을(口:입 구) 한다는 구조로서 남을 ‘해치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상한 집단이 모이는 집에서(宀) 어지럽히는(丯) 입놀림(口)’을 하는 해로운(害) 사람들이 만든 거짓말들이 난무하는 심각한 난국이다. 제헌절을 맞아 이들 해로운(害) 사람들이 빨리 정신 차리고 ‘법(憲)’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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