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두루치기

입력 2019-07-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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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음식점 골목이라면 어디라도 ‘돼지고기 두루치기’라는 간판 한둘쯤은 눈에 띈다. 생돼지고기를 갖은 야채와 함께 약간의 국물이 있도록 볶은 음식을 일러 두루치기라고 한다. 재료 구하기나 요리법이 쉬운 데에다가 누구의 입맛에도 쉽게 맞출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 곳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요리이다.

두루치기는 ‘두루’와 ‘치다’의 명사형인 ‘치기’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두루는 ‘빠짐없이 골고루’ 즉 ‘두루두루’라는 뜻이다. ‘치기’의 원형인 ‘치다’는 원래 “손이나 손에 든 물건으로 뭔가를 세게 부딪치게 하는 행위”를 이르는 동사인데 이로부터 파생하여 달리 ‘셈을 치다’에서처럼 “셈을 맞추다”, “계산에 넣다”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또 “…한 셈 치다”에서처럼 “어떠한 상태라고 인정하거나 사실인 듯이 받아들이다”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두루 친다’는 ‘두루두루 맞추다’, ‘두루두루 한 셈 치다’라는 의미로서 ‘포괄적’, ‘종합적’이라는 개념이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은 ‘두루치기’를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 “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여기서 더 진화하여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풀이도 하고 있다. 두루치기는 팔방미인이라는 뜻도 갖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에게 무역보복을 하고 있다. 참 못나고 몰염치한 사람들이다. 일본의 이러한 보복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잘 막아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두루치기 전략이다. 어느 한 곳도 빈틈이 없이 두루두루 상황에 맞추고 두루치기의 능력을 발휘하여 오히려 일본이 꼼짝 못하도록 역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고 탓하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짜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효과적인 두루치기를 위한 국민적 단합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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