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당신이 몰랐던 서울시 플랫폼...공동체 주택 살며 S택시로 출근, 결제는 제로페이

입력 2019-07-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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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용 생리대 등 '민주주의 서울' 통한 정책 실현도

◆“10만원 쓰면 1만원 입금” 인기몰이 ‘경기화폐’...제로페이 미래될까

수도권 일대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페이’들을 출시해 주민들의 반을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경기도 지역화폐가 제로페이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출시 석달만에 100억 원을 돌파한 ‘부천페이’다. 부천시에 따르면 부천페이는 4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된 후 카드발급 3만8000여 장, 일반판매 약 66억 원(정책발행 포함 시 100억 원)에 달하며 경기도내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부천시는 부천페이 일반판매분이 큰 호응을 얻어 목표액 90억 원의 70% 이상을 예상보다 빨리 달성하자 30억 원 이상 추가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1월 도입한 충전식 전자상품권 ‘인천e음카드’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용자가 휴대폰 앱에서 인천e음카드 앱을 다운받아 연결 은행을 등록한 후 금액을 충전하고 카드를 발급받아 직불카드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5월에만 19만6800여 명이 인천e음카드에 가입해 440억 원을 결제했고, 6월 지난달 16일까지 가입자 수는 총 37만9036명, 발행액 1283억9510만 원 중 1080억7826만 원이 사용됐다. 인천시는 올 연말까지 인천시민 3분의 1 정도인 110만 명이 인천e음카드를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천페이, 인천e음카드 등 지역화폐가 인기몰이한 이유로 편리성과 인센티브 등이 꼽힌다. 부천페이는 스마트폰 앱과 NH농협은행 11개 지점 창구에서 신청, 구매, 충전이 가능하다. 평상시 6%, 추석·명절 10% 인센티브가 지원되며 인센티브 구매한도는 월 40만 원, 연 400만 원이다. 인천e음카드도 캐시백이 6~10% 수준이며 첫 등록 후 직불카드처럼 사용하면 되고 등록한 연결계좌에서 자동 충전돼 편리하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야심작 제로페이는 발걸음이 더디다.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기반의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은 결제수수료 0%, 소비자는 소득공제 40%의 혜택이 있다. 서울대공원·서울식물원 등 총 85개 공공시설에 대해 최대 30%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서울시, 정부, 은행, 민간 간편결제 사업자가 협력해 도입한 제로페이는 스마트폰 앱으로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만 인식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금액이 이체되는 모바일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토스, 페이코, 네이버페이, SSG페이, 인스타페이, 머니트리, 하나멤버스, 18개 시중 은행 등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스마트폰 간편결제 앱을 이용하면 된다.

결제방식은 간단하다. 번거롭게 현금이나 카드를 꺼낼 필요 없이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를 할 수 있고 포스타 카드 단말기도 필요 없다. 공인인증서나 OTP와 같은 복잡한 절차도 없다.

그럼에도 제로페이 실적은 저조하다.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 등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맹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12월 20일 출시된 이후 최근까지 사용 실적이 국내 36만5000건, 57억 원에 불과하다. 제로페이 홍보와 가맹점 확장에 사용된 예산인 98억 원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는 49억 건·266조 원, 체크카드는 32억 건·74조 원이 사용됐다.

사용자들은 제로페이가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불편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제로페이는 별도 앱이 없어 기존 간편결제 앱이나 은행 앱을 통해 서비스를 가입한 후 사용해야 한다. 또 신용카드 중심인 국내 시장에서 QR코드 결제 방식은 다소 낯설다. 가맹자의 경우에도 단말기 설치와 이용이 번거롭고, 제로페이와 연동되는 POS 기기를 별도 개발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김포시는 지역화폐인 김포페이를 모바일과 카드형 둘다 전국 최초로 출시했다. 기존 지역화폐와 제로페이를 합친 형태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바일과 카드 결제 방식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종이형 지역화폐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KT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앱 기반의 상품권 발행 및 QR코드 결제 방식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민주주의 서울.(출처=민주주의 서울 홈페이지 캡처)

◆미니 청와대 청원 ‘민주주의 서울’… 시민 참여 늘고 실제 정책 반영

국민에게 청와대 청원이 있다면 서울시민에게는 ‘민주주의 서울’이 있다. 이 곳에서 논의된 사안들이 실제 정책으로도 반영되고 있다. 공공기관 화장실 내 비상용 생리대 비치, 보건소 내 난임부부 시술 허용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기관 화장실 내 비상용 생리대 비치 건은 지난해 6월 18일부터 한 달간 시민 찬반투표를 진행, 총 1459명의 투표자 중 1350명이 찬성해 실제 정책으로 만들어졌다. 올해 예산을 편성해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치했다.

보건소에서 난임 관련 주사를 맞게 해달라는 청원은 참여자가 5000명을 넘겨 박원순 시장이 직접 답변했다. 이전까지 난임부부들은 난임전문병원에서만 난임주사를 접종할 수 있었지만 서울시는 지난 3월 간담회를 갖고 내년 예산에 관련 내용을 편성키로 결정했다.

‘민주주의 서울’은 시민과 서울시가 함께 일상의 제안, 일상의 토론, 일상의 정책을 만드는 시민참여 플랫폼이다.

등록된 제안에 대해 30일 동안 50명 이상 공감을 받으면 부서가 검토하고 500명 이상 공감을 받으면 시민으로 구성된 의제선정단의 검토, 기획, 숙의를 통해 공론 의제로 최종 선정된다. 시민토론 공론장의 참여 인원이 5000명이 넘으면 서울시장이 답변한다.

2017년 10월 개설된 이후 정책 제안 공론장 개설 등 보완 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시민들이 정책 제안과 결정, 시행에 참여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 시민 제안 사이트인 ‘천만 상상 오아시스’가 시민 제안과 공무원의 답변 중심의 사이트라는 한계를 보완한 플랫폼이란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민주주의 서울 개설 이후 시민들의 참여는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제안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적 분쟁이 있거나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제안 등 논란이 일 수 있는 사안이 여과 없이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정 인원을 채우면 답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대규모 인원을 동원할 수 있는 특정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시장의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협동조합 만들어 ‘공동체 주택’...커뮤니티형 주거단지

‘공동체 주택’재건축, 재개발, 신도시 등을 대신해 도심주거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입주자들이 주체가 돼 건축에 참여하는 공동체 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건물 내 공용공간을 중심으로 입주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주거 공동체로서의 특징이 일반 아파트의 이웃 간 소통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동체 주택’은 입주자들의 독립된 생활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 안에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중심으로 입주자들이 공동체를 꾸려 생활하는 공동주택이다.

입주자들은 공동체 규약을 마련해 스스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고 주거공동체를 운영한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공급한 공동체주택으로는 △도전숙(청년 기업가 임대주택) △청년 협동조합주택 △막쿱(예술인 협동조합주택) △보린주택(홀몸어르신 임대주택) △연극인 공동체주택 등이 있다.

그간의 공동체주택은 여러 지역에 산발적으로 지어져 지역 재생으로 확대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미활용 시유지가 모여있는 지역에 공동체주택을 단지로 조성하기로 했다.

공동체주택의 공급 방식은 △입주 희망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토지를 사들인 뒤 주택을 지어 입주하는 민간형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하는 공공형 △서울시가 제공한 땅에 입주자들이 주택을 지어 입주하는 민관협력형 등 다양하다.

서울시는 중랑구와 함께 면목동 일대 활용하지 않는 시유지에 공동체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업 대상지는 겸재로변에 있는 시유지 14곳으로 면적은 총 1527㎡다.

서울시는 마을공동체주택 사업을 확대해 도시재생의 또 다른 대안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체주택을 단지로 조성하면 침체된 노후 지역을 활성화하는 시너지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신 앞둔 ‘에스택시(S-Taxi)’…승차 거부는 없다

강제 배차 방식의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에스택시’는 한 달간 시범 운영을 끝내고 더 나은 모습으로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시민이 빈 택시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서울택시승차앱 ‘S-Taxi(에스택시)’는 거리에서 ‘빈차를 보고 택시를 이용’하는 기본적인 기능을 온라인으로 확대한 개념이다.

카카오택시, 티맵택시 등 목적지를 표출해 운전기사가 승객을 고르는 것과는 달리 이용자가 앱에서 빈 택시를 보고 탈 수 있다. 승객이 빈차를 보고 호출하는 방식으로 최대 반경 1km 이내 택시가 대상이며 택시 기사는 휴식, 교대, 식사 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승차를 거절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시민 중심의 택시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티머니(구 한국스마트카드)와 함께 해당 앱을 선보였다. 플랫폼 회사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택시를 부르는 방식의 선택지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1일 서울 시내 개인·법인 택시 4만3000여 대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에스택시는 택시결제기를 통해 서비스되기 때문에 택시 운수종사자는 별도의 설치 작업 없이 이용 동의만 거치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한 달간 시범 운영을 마치고 한발 뒤로 물러나 민간에 서비스 개선을 맡기기로 했다. 당초 서울시는 시범 운영 후 업계 및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과태료 부과, 호출비 기준 등을 확정해 본격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범 기간 응답 속도나 위치 검색 기능 등 개선안이 요구된 것.

서울시는 운영 시기를 비롯해 개선 사항을 민간에 맡기고 행정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택시업계, 플랫폼 업체가 시민 관점에서 서비스를 검토해 자체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주요 사항은 시민위원회를 열어 결정하고 서울시는 행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모어트립.(출처=원모어트립 홈페이지 캡처)

◆들어는 봤나 “원모어트립“...맞춤형 서울 여행의 매력

케이팝(K-POP) 스타들과 사진 찍기, 국내 최대 양재 꽃시장에서 1일 플로리스트 되기, 한복 모티브로 떡 장식하기, 1970-80년대 산업화 스토리와 함께 서울 도심 뒷골목 탐험하기.

이처럼 서울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서울 체험관광상품을 ‘원모어트립’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외국인 개별관광객과 서울의 이색 체험관광상품 콘텐츠 공급자 사이에 다리를 놔주는 온라인 플랫폼 ‘원모어트립’은 2016년 문을 열었다.

원모어트립은 ‘한 번 더(one more) 가고 싶은 서울여행(trip)’이라는 의미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의 매력을 홍보한다. 서울의 체험관광 콘텐츠를 담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포털사이트다.

매력적인 관광 콘텐츠와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본력과 마케팅 채널이 부족해 판매 상품으로 발전시키지 못하는 영세업체에는 판로를 열어주고, 관광객에게는 다양한 체험상품을 통해 맞춤형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특히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체와의 상생을 실현하고 사업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민관상생형 운영모델’로 전환했다. 기존 오픈마켓 ‘원모어트립’의 판매·결제 기능은 민간 영역으로 배치하고 시는 △체험형 관광 상품의 발굴 및 상품화 지원 등 인큐베이팅 △판매 연결 △홍보·마케팅 역할을 수행하기로 한 것.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 전통과 문화, 일상을 체험하는 게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체험이 될 수 있다”며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서울, 하루 더 머물고 싶은 서울 관광을 서울시민, 업계 소상인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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