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재건축시장]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에 강남 재건축 '올스톱' 위기

입력 2019-07-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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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폭 확대에 선분양 또는 리모델링 선회 고민 단지 늘어

▲정부가 후분양 단지들까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재건축을 준비 중인 단지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서울 재건축 시장이 멈춰섰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을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한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들까지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조합들의 반발이 커지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일반분양을 코앞에 둔 정비사업 조합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 규정 강화하자 강남권 등 서울내 주요 도시정비사업 조합들은 후분양으로 대거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가 발빠르게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든 데 이어 후분양 단지까지 이를 적용하겠다는 의중을 비추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업성과 직결되는 분양가 때문이다. 현재 HUG가 통상적으로 강남지역에 요구하는 분양가는 3.3㎡당 40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강남지역의 시세는 낮은 곳이 3.3㎡당 6000만 원에서 높은 곳은 9000만 원까지 형성돼 있다. 조합으로서는 당연히 후분양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후분양제는 선분양과 달리 HUG의 분양보증 없이 시공자 연대보증만 있어도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는데다 착공부터 분양 시점까지 오른 집값 상승분이나 이자비용, 공사비를 비롯한 물가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강남구 상아2차와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경기도 과천주공1단지 등은 선분양 대신 후분양으로 확정했고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신반포4지구 등도 후분양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후분양 단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이같은 메리트가 모두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정부의 방침을 지켜보고 있지만 일부 조합원들의 경우 ‘차라리 규제가 더 나오기 전에 선분양을 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정부에서 후분양 단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합원들의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지금으로서는 정부에서 확정안을 내놓을 때까지 지켜볼 뿐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정부 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강남권 재건축 조합들은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재건축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되면 재건축ㆍ재개발 단지의 일반 분양 물량의 분양가가 HUG의 심사 기준보다도 낮아질 가능성이 커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일반분양을 앞둔 단지들도 사업을 중단할 지, 상한제 시행 전 선분양을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일부 재건축을 위해 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조합의 경우 HUG 및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예 리모델링 사업으로도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은 "현재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와 분양가 규제로 사업을 미루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후분양 단지까지 적용된다면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격앙된 조합들은 정부가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소송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법상 정부의 개입이 허용되고 있는 만큼 소송의 실효성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당장은 분양가를 잡을 수 있겠지만 결국 시세와의 격차로 '로또 아파트'를 낳고 공급자들이 사업을 미뤄 공급 감소로 집값 급등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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