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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펀치] 홍콩 시위가 주는 시사점
입력 2019-06-18 18:04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홍콩은 지금 시민들의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콩 시민들의 요구는 한마디로 ‘반송중(反送中)’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홍콩 시민들이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이 법안은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지역, 그러니까 중국 본토와 타이완, 마카오 등에도 범죄인을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범죄자를 중국에 넘겨주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법안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홍콩에 있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이 넘겨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 마음속 더 깊은 곳에는, ‘중국의 반민주성’에 대한 공포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즉,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비민주성에 대한 공포 즉, 신변 위협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것이 범죄인 인도법안 추진을 계기로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홍콩 사태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하나는 좌파와 우파 둘 중 하나는 선하고 나머지 다른 하나는 악이라는 이념적 이분법의 사고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우파는 부정과 부패에 찌들어 있고, 좌파는 정의롭다’는 사고가 일정 수준 퍼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홍콩의 시위를 보면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나을 수 있는 반민주적 정치행위 혹은 반인권적 행위는 우파가 집권하면 발생하는 ‘우파적 현상’만은 아니다.

부정이나 부패 혹은 인권 침해의 가능성은 우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파든 좌파든 권력을 가진 측이 얼마나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느냐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좌파도 권력을 잡으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든지 정의롭지 못한 행위나 반인권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인권’, ‘반민주’를 생각할 때, 좌파와 우파를 나누어 생각할 것이 아니라, 권력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그런 권력을 제어할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이번 홍콩 시위는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진보 세력은 미국보다는 중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이번 기회에 재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을 믿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이 보이고 있는 반민주적인, 반인권적인 행태가 홍콩을 덮어버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홍콩 시민들은 반민주적, 반인권적 존재인 중국의 지배를 벗어나기란 불가능하기에 그럴 바엔 중국의 민주화를 이참에 주장하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거리에 나갔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진보들의 중국에 대한 생각과 중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권의 개념은 국가마다 다를 수 없는 개념이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갖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익을 목 놓아 외칠 수 있는 권리,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자신의 이념 지향성을 마음 놓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 등은 인류 보편적 권리이지, 특정 국가가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을 들먹이며 제한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특정 국가가 우리의 인권 개념은 서구의 개념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 결국 중국이나 북한처럼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의 상당수는 절대 보편적 인권의 개념에 충실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안전과 자유 그리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보편적 인권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희생 없이 그들의 주장을 관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홍콩 시민들의 주장은 외교도 아니고 정치도 아니며, 이념 지향적인 행위도 아니다. 그래서 우리도 순수한 마음으로 이들을 지지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외교적 고려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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