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자동차·집 없이도 살 수 있습니까

입력 2019-06-17 18:13

얼마전 환경단체가 고로(용광로)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고 문제제기를 한 탓에 현대제철이 ‘조업정지 10일’처분을 받았다. 포스코 역시 언제 정지 처분을 받을 지 모르는 상태다.

이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우선 환경단체 구성원들은 자동차를 타지 않는지, 고층 건물에서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지, 캔 커피는 절대 마시지 않는지 말이다.

철강 제품 중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냉장고를 만드는 데 쓰이고, 석도 강판은 각종 음료캔 소재가 된다. 또 형강과 철근은 집, 궤조는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철강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제품 중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철강을 만드는 고로가 중단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을까.

고로는 5일만 가동되지 않아도 쇳물이 굳어 복구하기까지 최대 6개월가량 걸린다는 철강산업에 대한 지식은 알고 있을까.

단체의 주장이 성급했다는 생각도 든다. 환경단체의 주장은 “고로에서 폭발 위험이 생기면 자동으로 열리는 안전밸브인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국가 대기환경측정망의 데이터를 확인해 본 결과, 브리더 오픈 1시간 동안 배출되는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 등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100년이 넘는 고로 역사를 가진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 제철소들도 모두 동일한 방식을 지금까지도 적용하고 있지 않을까.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고, 오염물질 배출 분석 결과가 안 나온 상황에서 기업을 망하게 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꾼 이유도 같은 맥락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환경단체가 유해성 여부도 정확하게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나선 꼴이 됐다.

환경단체 논리대로라면 심지어 우리 인간이 숨을 쉴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까지 문제 삼아야 한다.

철강은 국내 주요 기간산업 중 하나로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만큼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수요산업 발전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고로 가동 중단으로 철강생산이 멈추면 철강을 사용하는 조선, 자동차, 가전 등 연계 산업까지 동반 위기에 처하며 관련 생태계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해외 주요국들 역시 반덤핑·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등의 조치를 통해 자국 철강산업 보호에 힘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딱 한 달 남았다. 행정처분이 확정되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7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조업이 정지된다.

우리 정부, 지자체 역시 시민단체의 주장 만으로 부화뇌동(附和雷同)해 자국 산업을 스스로 훼손하기 보다는, 심사숙고(深思熟考)를 통해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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