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트럼프 제재에 ‘스마트폰 정점’ 야망 멀어져

입력 2019-06-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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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부품·소프트웨어 접근 위협받아…구글 못 쓰면 유럽 시장점유율 절반 잃을 수도

▲세계 스마트폰 업체 빅3 출하 대수 추이. 단위 100만 대. 위에서부터 삼성(1분기 7190만 대)/화웨이(5910만 대)/애플(3640만 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테크놀로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제재에 스마트폰 분야의 세계 최고에 오르겠다는 야망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주로 통신장비 사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화웨이는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접근도 위협받고 있어 사실상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 도약이 봉쇄됐다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미국은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미국인 대부분이 화웨이 폰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화웨이는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부품 조달 제한에 의한 영향은 이미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신형 노트북 출시를 취소했으며 PC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화웨이 PC 사업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인텔 반도체를 사용한다.

더 나아가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는 지난 11일 상하이에서 개최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당초 올해 4분기로 잡았던 1위 등극 목표 달성 시기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유럽 시장에서 화웨이는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은 물론 독일 카메라 명가(名家) 라이카와의 제휴로 얻은 고성능 카메라 기술은 매력적이다. 제품 라인업은 다양하며 대체로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화웨이 스마트폰도 일부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거래 제한 조치는 기존 스마트폰 업데이트와 신모델 개발 능력을 현저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WSJ는 경종을 울렸다.

예를 들어 화웨이가 향후 출시할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자사 앱을 화웨이 폰에 선탑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화웨이는 부품 조달 혼란을 극복할 만큼의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주장한다. 또 자체 개발 OS로 안드로이드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구글 제품과 서비스가 대부분 금지돼 있어 안드로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돼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다른 지역 소비자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리서치 업체 IHS마르키트는 화웨이가 구글의 새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면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의 절반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사람들의 관심이 통신장비 부문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와 견제에 쏠려있지만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전자기기는 지난해 500억 달러(약 59조 원) 이상으로 화웨이의 가장 큰 매출 창출원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술을 쓰지 못해 고객을 잃는 사태가 일어나면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의 장기적 성공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접근 제한을 이유로 올해 화웨이의 해외 스마트폰 판매 대수 전망을 종전보다 30% 감소한 9000만 대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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