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다섯 달 세워놓고 화재 원인 특정 못 한 정부

입력 2019-06-11 10:16수정 2019-06-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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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원인 다섯 가지로 추정…ESS 안전ㆍ소방 기준 강화

▲지난해 말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한 태양광 발전설비 ESS에서 불이 나 119 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다섯 달을 끌어온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 조사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는 11일 ESS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자 올 1월 다중이용시설이나 별도 건물이 없는 공장용 ESS 등에 가동중단을 요청했다. 산업부의 가동 중단 요청으로 지난달 기준 ESS 사업장 522곳이 멈춰섰다. 전체 사업장(1490곳) 세 곳 중 한 곳꼴이다.

조사위가 제시한 화재 가능성은 크게 다섯 가지다. 위원회는 실증 과정에서 ESS 설치 공정이나 운영환경이 미흡하거나 배터리 보호 시스템, ESS 통합제어·보호체계에 결함이 있으면 화재가 날 수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어느 한 가지를 ESS 화재 원인으로 결론 내리지 못했다. 조사위는 일부 배터리에서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지만, 결함을 모사한 실증실험에선 불이 나지 않아 핵심 원인으로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산업부는 사고 재발을 위해 8월까지 ESS 제조·설치 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제조 단계에서는 ESS용 대용량 배터리와 전력변화장치(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지정키로 했다. 지난달 말 산업부는 ESS 시스템에 대한 KS 표준도 제정했다. 설치 단계에서는 옥내 설치 용량을 총 600MWh로 제한하고 옥외에 설치하는 경우에도 전용 건물을 설치토록 한다. 또 누진차단 장치와 과전압 보호장치 등 안전장치 설치도 의무화된다. 산업부는 기존 사업장 역시 안전장치와 방화벽 등을 설치한 후에 재가동토록 하고 만충 후 추가충전 금지 등 운영환경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가동 중단 기간 동안 ESS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사업장은 ESS를 설치해 놓고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고 설비 업체엔 발주가 끊겼다. LG화학은 1분기에만 ESS 화재로 약 1200억 원 손실을 봤다고 추산한다. 삼성SDI 역시 ESS 사업 차질로 올 1분기 실적이 전 분기보다 52.2% 줄었다. 이번 발표로 ESS 업계는 급한 불은 껐지만 조사위가 뚜렷한 화재 원인은 밝히지 못하면서 사업 불확실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산업부는 가동 중단으로 ESS 사업장이 입은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적용 기간을 6개월 연장키로 했다. REC은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기준으로 같은 양의 전기를 판매하더라도 REC 가중치가 높으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ESS 충전에 드는 전기 요금 할인 기간을 가동중단 기간만큼 늘려주는 방안을 한전 등과 협의하기로 했다.

이승우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장은 "금번 화재사태를 계기로 ESS의 안전성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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