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인상 6개월 연기...미중 무역전쟁·브렉시트 혼란에 출구전략 차질

입력 2019-06-0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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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6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금융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상은 일러도 2020년 여름 이후가 된다. 금리 인상 시점 연기는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미중 무역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ECB의 출구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습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는 6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는 현행 0%로, 예금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0.40%와 0.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2020년 상반기까지 금리는 현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 인상 연기를 표명했다.

이사회에서는 ‘사태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드라기 총재는 기자 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 재개, 금리 인상 시기의 추가 연기 등의 방안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왔다고 일부러 언급하며 완화 자세를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지난 4일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 등 다른 중앙은행들도 일제히 금리 인하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ECB도 이와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CB는 작년 말 양적완화 정책을 중단하고, 이르면 2019년 가을 이후 금리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중 무역 전쟁 등으로 유로존 경제가 침체하고 물가 상승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렸다. 올해 3월에 연내 금리 인상을 포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6개월 더 금리 인상 시기를 미루기로 했다.

ECB는 원래 리스크가 완화하면 경기가 회복세를 되찾고, 물가도 ECB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오를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끝나기는커녕 더욱 격화하고, 올 봄 마무리될 예정이던 브렉시트도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에 대한 불안까지 더해지며 유로존을 덮은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IHS마르키트가 발표한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에 바닥을 쳤지만, 5월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 섰다.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2%, ECB가 물가 기조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시하는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지수는 0.8%로 각각 4월보다 0.5%포인트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ECB의 결정이 본격적인 금융 완화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상황이 더 악화하면 금리 인상 시기를 더 연기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와 물가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게 되면 작년에 종료한 양적완화 재개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현재 -0.4 %)을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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