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옛 동네가 젊어졌다…쌍문동 '쌍리단길'로 상권 부흥

입력 2019-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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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이투데이가 찾은 '쌍리단길'에는 젊은층의 수요를 겨냥한 특색있는 점포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여기야, 여기…아 벌써 꽉 찼네”

서울 도봉구 쌍문동은 평일에도 불구하고 맛집을 찾아온 사람들로 붐볐다. 소위 '뜨는 상권'을 일컫는 명칭인 ‘○리단길’이 쌍문동에도 있다. 오피스텔, 원룸, 지방학사 등이 인근에 들어서며 젊은층을 겨냥한 개성 있는 점포들이 주택가 골목에 줄지어 생겼다. 그러자 젊은이들이 이 길목을 ‘쌍리단길’로 부르기 시작했다.

쌍리단길의 메인은 쌍문역 2번 출구를 나오면 이어지는 시장골목에 있다. 이곳은 도봉로114길로 개성 있는 식당과 카페가 골목을 마주하고 들어서 있다.

▲쌍리단길의 메인거리인 도봉로114길 모습. 이신철 기자 camus16@

2년 전부터 쌍리단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 씨는 “쌍리단길이란 말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1년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이 길에는 먼저 특색있는 카페들이 있었고, 이어서 개성 있는 식당들이 계속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근방 사람들은 보통 먹고 마시러 수유역이나 노원역을 찾았는데, 이쪽에 재밌는 가게들이 많이 생기고 번잡한 그곳들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라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음주하러 오기보다는 식사하고 카페에 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에 ‘쌍리단길 맛집’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뜨는 식당들 대부분 가게를 차린지 1년 조금 넘었거나 그 미만인 곳들이다. 사람들이 주로 음식 사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에 ‘쌍리단길’을 검색하면 5일 기준 8389개의 결과물이 나타난다.

옛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촬영지로 나온 쌍문동은 지역민이 출근하거나 휴일 여가활동을 하기 위해 동네를 빠져나가는 ‘베드타운’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오피스텔, 원룸, 지방학사 등이 들어서 청년 인구가 유입되자 동네도 함께 젊어지며 특색 있는 상권을 형성하게 됐다. 실제 점포 대부분이 상가주택에 들어서 있으며, 주변에는 빌라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다른 상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도 상권 부흥의 원동력이 됐다. 현장에 따르면 상가주택 1층에 있는 전용 33㎡ 점포 월세가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 큰 부담 없이 가게를 차릴 수 있어 식당이 계속해서 들어섰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가게를 열기 위해 인테리어 공사 중인 점포가 여러 곳 있었다.

▲5일 이투데이가 찾은 쌍리단길에는 점포를 열기 위해 새 단장 중인 가게들이 여러 곳 있었다. 이신철 기자 camus16@

상권이 주목받다보니 ‘○리단길’들에 흔히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우려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쌍리단길 인근에서 편의점 점포를 운영하는 B 씨는 “임대료가 여기서 더 오르면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며 “쌍리단길은 잘 되는 편이지만, 쌍문동 전체를 놓고 보면 죽 쑤는 점포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도봉구청은 쌍리단길 맞은편인 쌍문역 3번 출구 주변과 쌍문시장 일대를 1980년대 분위기를 풍기는 ‘쌍문역 맛집거리’로 꾸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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