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도 4캔에 만원”… 국산맥주 역차별 사라진다

입력 2019-06-04 09:28

종가세땐 맥주 경쟁력 떨어지고 종량세 일괄 적용땐 소줏값 올라... 생맥주 稅부담 62%↑“조정 필요”

주세 개편에 따른 ‘소맥값’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3일 발표한 주세 과세체계 개편방안으로 맥주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과 맥주와 탁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를 제외한 주종에 유예기간(5년)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맥주와 소줏값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되, 동일 주종 내 형평성을 맞추는 방향이 핵심이다.

이번 연구는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에 따라 실시됐다. 정부가 이를 토대로 최종안을 마련한다.

우리나라의 주세체계는 1967년부터 50년 넘게 종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종가세는 주류 제조원가(수입주류는 수입원가)를 과세표준으로 세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수입주류(주로 맥주)의 관세가 사라지면서 국산주류의 과표가 수입주류보다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고, 국내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주세 개편 논의가 불붙은 것도 이런 맥주 역차별 논란이 출발점이다. 이에 정부는 술의 양이나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 도입을 추진했다. 이날 발표된 연구 결과는 그 1차 결과물이다.

논의 과정이 순조롭진 않았다. 종가세를 종량세로 개편하면 국산·수입맥주 간 역차별은 사라지지만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줏값이 오를 수 있어서였다. 같은 이유로 개편안 발표는 당초 4월 말 예정돼 있었으나 주종 간 이견으로 6월로 미뤄졌다.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맥값’ 인상 여부는 주세 개편과 관련한 최대 화두였다. 2017년 기준 주류별(국내주류) 국내 주세신고 현황에 따르면, 실제 출고량을 기준으로 한 맥주와 희석식 소주의 점유율은 각각 45.64%, 37.00%로, 합산 80%를 훌쩍 넘는다. 이로 인해 기재부는 맥주·소줏값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정했고, 연구용역 결과에도 이 원칙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조세연의 과세체계 개편 시나리오를 보면 종가세 개편에 따른 국산맥주와 소주는 가격 변동이 없다. 국산맥주는 캔맥주의 세부담이 주는 대신 병·페트·생맥주의 세부담이 늘지만, 국내 업체의 캔맥주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용기별 세부담 증감은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생맥주는 최종 소비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시적인 세율 인하 등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조세연은 제언했다. 희석식 소주는 세부담에 변화가 없다.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도 종량세로 개편돼도 세부담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교육세가 부과되지 않고, 주세 및 제세금 비율이 다른 주종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서다. 업계도 찬성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탁주에 대해선 종량세 전환을 계기로 주세행정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특히 조세연은 맥주와 탁주에 대해 종량세로 우선 전환하고, 나머지 주류에 대해선 종량세로 전환하더라도 시행 시기를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론 전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 경우 업계와 소비자에게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주세가 전면적으로 종량세로 개편되면, 맥주·소주의 세부담은 유지되더라도 알코올 도수가 높고 제조원가가 싼 다른 주류의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도수가 낮은 고가 수입주류의 세부담이 주는 상황도 불가피하다.

조세연은 “종량세 체계로 전환하는 마스터 플랜을 정립할 경우 고도주·고세율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십 년간 유지돼온 세제에 의해 주종별 세부담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체계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종에 따라 다소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용인하고, 고가 수입제품의 세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것도 용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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