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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이끄는 여성 리더⑧] 호주제 폐지·남윤인순·공동육아…'58년생 남인순'
입력 2019-05-30 05:00
20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장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arn@
"여성은 결혼해서 임신한 후 구조적인 문제에 맞닥뜨려요. 결혼 전에는 같이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모든 부담이 여성에게 지워지더라고요. 우리나라 여성은 노동의 문제보다 더 근본적으로 차별의 문제를 겪고 있음을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을 통해 몸소 체험했어요."

'활동하는 여성'이었던 남인순(61)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결혼 후 5년이 지나 첫 아이를 낳았다. 육아가 온전히 엄마의 몫이 된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여성에게만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책임이 지워지는 것에 대해 물음표를 찍었다. 다섯 가족을 모았다. 한 가구가 하루씩 육아를 하기로 회의를 통해 결정했다. 일종의 '공동육아'다. 1986년이니 관련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이다.

이보다 먼저, 그의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 순간이 있다. 1978년, '77학번'이었던 남 의원은 인천의 한 성당 앞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첫 노동인권 운동으로 기록되는 '동일방직 노동자 투쟁'을 보게 된다. 남 의원은 "어용노조에 대항해 민주노조를 만들려는 여성노동자들이 끔찍한 탄압을 당하는 것을 보고 노동 현실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천의 한 봉제공장에 들어가 미싱 일을 하면서 여공들을 위한 야학활동을 했다.

그렇게 지난 30년간 노동·여성운동에 몸담았다. 1988년 인천 일하는여성나눔의집 간사를 시작으로 여성부 설치, 성폭력방지 특별법 제정, 호주제 폐지 등 굵직한 현안 해결을 주도해 왔다. 그가 국회에 입성하기 전 사용했던 '남윤인순'이라는 이름은 호주제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부모 성을 따 만든 것이다.

2011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정치권에 들어선 그는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 대외협력위원장, 원내부대표를 거쳤다. 20대 전반기 국회에서는 여성가족위원장을 역임하며 여성인권 향상에 앞장섰다. 그의 이름 앞에는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남 의원을 만났다.

- 여성인권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나.

"여성은 존재적으로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원래 국어교사를 꿈꾸며 수도여자사범대에서 국문학과에 재학했다. 그러던 중 '동일방직 노동자 투쟁'을 보면서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알게 됐다. 깊게 들어가 보니, 노동하는 사람으로서 겪는 어려움 외에도 여성으로서 어려움이 크다는 것도 깨닫고, 공감하게 됐다. 그때의 경험들이 제가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이미지로 남게 됐다. 여성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지도 계속 공부하게 됐다. 야학했던 것도 여성도 교육을 받아야 하고, 많이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이끈 이슈들이 오늘날 한국 사회가 바뀌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있었다. 거의 17년 정도다. 그 시기는 우리나라 여성 관련 법 제정에 큰 역할을 한 때라고 생각한다. 시민여성단체가 중심이 돼서 이슈 파이팅을 해서 국회에 법 제정하기도 했다. 1994년부터 가장 논의가 많이 된 건 호주제 폐지다. 반세기 만에 폐지가 됐다고 할 정도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여러 여성단체가 오래도록 연대했다. 2005년 호주제 폐지를 이끌었다. 우리 사회 가족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자, 폐지를 계기로 여성들의 아픔이 녹게 됐다. 1998년에는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됐다. 당시 가정폭력을 범죄로 생각하지 않았던 때라 가정폭력이 처벌을 받아야 하는 하나의 범죄고, 경찰이 출동해야 한다는 인식이 중요했다. 법을 만들고, 피해자를 치료하고 쉼터에서 여성 보호하는 제도가 생겼다."

▲남 의원은 30년간 노동·여성운동에 몸담으면서 각종 굵직한 현안 해결에 나섰다. 특히 여성부 설치, 호주제 폐지, 성폭력방지 특별법 제정 등에 앞장섰다. 고이란 기자 photoearn@

-호주제 폐지를 이끌며 어려움에 부딪히진 않았나.

"호주제 폐지는 제가 시민사회 운동을 하면서 가장 이루고 싶었던 목표 중 하나였다. 워낙 오랜 기간 뿌리 깊게 남아있는 부계 중심의 가부장제 잔재였기 때문에 금방 폐지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국민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1997년 위험심판 제청을 하고, 국회를 대상으로 청원을 하기도 하면서 국민의식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종합적인 활동을 했다. 헌법재판소에 가면, 전통을 중시하는 유림 단체에게 듣기 거북한 욕을 듣기도 했다. 여성활동의 선도성이 필요한 시기였다. 당시 2003년 참여정부가 호주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과 지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호주제 폐지를 동의해줬다. 입법, 사법, 행정부 다 맞아떨어지면서 어려운 산 넘었다. 그때 정치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성매매 방지법도 사회 패러다임을 바뀌는 데 일조했다.

"당시 '윤락 여성'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윤락 여성 행위법이란 이름을 성매매 방지법으로 바꿨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성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 처벌하다 보니, 신고를 안 하더라. 성매매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주의 법을 만든 건 의미 있다고 본다. 성매매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당하는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가해자나 업주를 처벌하는 법도 만들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온 여성이 직업 재활을 통해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

- 경력단절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다. 20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장으로서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위해서 사회는 어떤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인해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일을 그만둬서 경력단절이 생긴다. 2018년 통계청에 따르면, 비취업여성 2명 중 1명은 결혼, 육아, 임신,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이 됐다. 해결방안을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 방안에서 찾는 것보다, 경력 단절 자체를 막는 방안에 고심해야 한다. 문제의 초점을 경력 단절이 아닌, 노동 지속으로 확장해야 한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시간 단축, 육아휴직 확대와 같은 법적인 제도 보완과 함께 남성 또한 여성처럼 직접 육아의 주체로서 돌봄을 함께 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돌봄의 책임을 여성에게 두고 있으므로 일을 하던 여성은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지 않나. 돌봄 영역이 여성만의 활동영역이라는 편견을 깨부수고 돌봄에서 남성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문화 조성이 최우선의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부 설치에도 앞장섰다. 힘들게 추진한 여성부(현재 여성가족부)의 역할론과 함께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여성부는 2002년 김대중 정부 막바지에 생겼다. 그땐 여성특별위원회였다. 위원회로 하다 보니 입법권이 없다는 게 한계였다. 폐지론은 처음 여성부가 생길 때도 나왔다.(웃음) 모든 부처 안에 성평등국이 생긴다면, 여가부가 폐지돼도 별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게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여성 업무를 우선순위로 할 수 있는 부서가 필요하다. 양성평등 지수가 어느 정도 순위까지 올라올 때까지는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7개 부처 안에 양성평등 전담부서가 생겼다. 여성 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이 배치됐기 때문에, 차근차근 이뤄지리라 본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대통령 직속의 성평등위원회로 가도 괜찮을 것이다. 대통령 직속 기구의 위원회와 각 부처에 있는 성평등국이 양립하는 형태 말이다. 이 가운데서 여가부는 가족의 업무를 키워나가면 가능할 것 같은데. 아직은 먼 얘기다."

▲남 의원은 가정을 행복을 위해 사회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패밀리센터로 바꿔서 부모 교육과 인프라 구축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arn@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가위와는 '가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한 가정이 행복하기 위해 입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비혼이 증가하고 있고, 1인 가구, 한부모 가구, 동거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가족 개념이 생겨나고 있다. 저는 가족 정책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건강가정기본법 전면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패밀리센터(가족센터)로 바꾸자. 부모 교육이 절실한 때다. 아빠들은 패밀리센터 안에 있는 파파센터에서 정보 교류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하고, 양육하는 게 본인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인프라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 법이 통과되어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자신이 선택한 삶 속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고자 하는 사람과 모든 아동이 가족 형태와 배경에 따라 차벌받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결혼, 출산에만 초점을 맞춰서 정책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가족정책, 성평등 정책, 노동 정책, 사회보장제도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다양한 상임위에서 함께 행복한 가족을 위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입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가족 내에서의 위계질서와 남성 중심적 구조를 탈피하고 성차별적인 인식과 문화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면, 우리나라 모든 가정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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