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화웨이 제재에 환율전쟁, 위기 중첩 경제

입력 2019-05-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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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관세부과와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이어 환율전쟁으로까지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미국은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려 수출을 늘리는 국가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의 보조금 지급으로 수출을 늘리려 할 때 수입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부과하는 보복성 관세다. 미국은 환율조작에 따른 가격 인하폭 만큼 보조금으로 간주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이다. 미국이 위안화 절하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개입을 문제삼으면서 이 카드를 꺼낸 것이다. 위안화는 4월 초 달러당 6.7위안 수준에서 최근 6.9위안대로 가치가 떨어졌다. 미국이 산업보조금이나 덤핑 말고, 환율을 이유로 상계관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을 최고 수위로 올려가는 모습이다.

1차 표적은 중국이지만, 한국에도 심각한 리스크다. 우리의 경우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환율개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일본, 독일, 인도, 스위스 등과 함께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 탓이다.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179억 달러 흑자로 관찰대상국 요건인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지만 마음놓을 수 없는 상태다. 올해 1분기에는 63억8000만 달러(미국 통계국)의 흑자를 거뒀다. 게다가 최근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이 중국 위안화와 동조(同調)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도 상계관세의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거래중단 등 제재를 가하면서, 동맹국들에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안보 우려를 앞세운 미국 요구를 외면하기도, 그렇다고 섣불리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해 거래를 끊기도 어렵다. 자칫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후폭풍을 겪었던 사태가 재연될 우려가 크다. 오히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26.8%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와 화학 등 중간재가 79.0%에 이른다. 제2의 사드 사태가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우리 산업과 경제 전반이 얼마나 큰 충격과 피해를 입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미 우리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6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를 내려 앉히고 환율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은,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미중 무역전쟁이 앞으로 더 심화되고 장기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경제 리스크가 엎친 데 덮친 형국이다.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으니 비상한 위기다. 지금 어느 때보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엄중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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