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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찬국의 세계경제] 미·중, 미·이란… 경제충격 우려되는 나라 밖 사정
입력 2019-05-24 05:00
전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무산된 후 양국 간의 무역분쟁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견원지간(犬猿之間)이던 이란과의 관계도 악화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공식적 종말’을 위협하고 나섰다. 각각 개별적으로도 나쁜 소식인데 동시에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이 미칠까 우려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때론 희생을 감수하며 안정된 국제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개방된 시장 경제, 인권과 민주주의 정체(政體)를 강조하는 서방 세력을 대표해왔다. 하지만 지난 2년 ‘팍스 아메리카’의 품위보다는 무원칙한 좌충우돌과 편협한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미국의 행보가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이란에 대한 강경 일변도 정책의 당위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탄받을 행보를 보였으나, 2015년 주요국들과 핵 동결 협정을 맺는 등 통제 불능의 불량국은 아님을 증명했다. 그런데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이란과의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다른 협정국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종교적·지정학적 이유로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 외에는 미국·이란의 긴장 고조를 반기는 나라는 별로 없다. 사태가 악화해 국제 원유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유가가 급등하면 세계 경제에 큰 악재가 된다.

중동의 긴장 못지않게 미·중 무역전쟁도 심각하다. 미국 무역대표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대(對)중국 상품(서비스 제외) 수출과 수입은 각각 1203억 달러와 5395억 달러로 관세율 올리기 장군·멍군에서는 미국이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자재, 중간재가 필요한 미국의 기업들, 중국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애플과 같은 기업도 있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들 기업에도 부담이 된다.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국 농산품의 대중 수출이 충격을 받으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트럼프 정부는 문제가 악화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이런 예상이 무색해지고 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뿐만 아니라 중국의 화웨이 통신 장비에 대한 실질적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지자,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첨단산업 보유국에 거의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희토류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 구글이 화웨이와의 기술 협력을 중단하기로 하며 무역전쟁은 ICT분야에서의 미·중 간 냉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G2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인데 쟁점이 복잡해서 단기간 내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요구가 중국이 보기에 통상 분야를 넘어서 내정 간섭에 가까운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의 의욕적인 ‘중국 제조 2025’ 산업 고도화 정책이 주요 표적이다. 미국은 중국이 5G 통신, 로봇 등 핵심 산업을 육성해 산업 고도화를 이루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근본적으로 계획 경제인 중국에는 포기하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중국의 산업 정책을 문제시한다. 첫째는 중국이 필요한 기술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국으로부터 취득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다. 계획경제하에서는 보조금이 문제 될 일이 아니나 정부가 코치가 아니라 중립적 심판의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에서는 이런 지원은 경쟁국 기업들을 위협하는 스테로이드제제 사용인 셈이다.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기존 패권국 미국이 전통적 우방국들에 취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EU 등과의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텐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우방국들에 관세를 남발한 결과 미국은 G7 국가 중 평균 관세가 제일 높은 나라가 되었다. 유럽 주요국들은 이란과 중국에 대해 미국보다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이란을 두둔하고 나섰다.

우리는 나라 밖 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이 좋으나 길어질 개연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가 양호함에도 미흡한 홍보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멈추고 차분히 현실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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