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을대을’]‘주민 삭발식’까지…분노하는 3기 후보지

입력 2019-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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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남양주·하남 설명회 모두 무산…국토부 “대책위와 대화 자리 마련 계획”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이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17일 하남 시장에서 예정됐던 ‘하남교산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 14일 인천 계양, 16일 남양주 왕숙도 파행됐다. 결국 이번 주에 예정했던 주민 설명회는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역민들의 반발심만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14일 오후 인천 계양구청에서 예정된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설명회 현장에서 주민들이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게 토지 강제수용에 반대하며 항의하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주민들은 생존권,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집값을 잡으려는 정부가 왜 경기도를 뒤흔드냐는 얘기다. 이원근 왕숙지구 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불 났는데 남양주 왕숙지구에 물을 뿌리는 3기 신도시 정책은 백지화돼야 한다”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세 번의 설명회가 모두 무산되는 동안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은 현장에서 주민들의 분노 어린 고성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어떻게든 설명회를 이어가려고 노력은 했지만 이미 돌아선 주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설명회 차례였던 하남 교산에서는 주민들이 삭발식까지 감행했다.

정부의 신도시 정책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문을 연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가 시작이다. 이어 2기 신도시(성남 판교, 화성 동탄, 김포 한강, 파주 운정, 광교, 양주 옥정·회천, 인천 검단 등)가 2001~2009년 기간에 사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3기 신도시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신도시에 대한 개념을 보면 ‘우리나라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의 주택시장 안정과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나와있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강조하지만 신도시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 재산권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6일 오전 남양주시 종합운동장 체육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예정됐던 '남양주왕숙 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가 무산된 후 바닥에 버려진 설명회 자료. 서지희 기자 jhsseo@
인천 계양의 60대 부부는 “대를 이어서 살아온 곳인데 고향을 버리고 어디 가서 살겠냐”며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주변 지가가 많이 올랐다. 토지 시가와 정부의 보상액 차이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남양주 왕숙지구의 50대 주민은 “신도시가 들어서면 외부 투자자들만 좋을 뿐 우리 같은 원주민들은 갈 곳이 없다”며 “중요한 정책을 사전에 주민 의견 청취도 없이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하소연했다.

하남 교산의 70대 주민은 “하남에서 20년 살았다. 여기 계신분들은 모두 오래 지내온 분들이다. 조상 선산도 있다”며 “갑자기 발표하니 누가 환영하겠냐. 거주권을 뺏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전 하남 교산 주민대책위원회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설명회를 저지하기 위해 하남시청 2층 대회의실 앞을 막고 있다. 서지희 기자 jhsseo@
한편, 국토부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인천 계양, 남양주 왕숙1·2지구, 하남 교산의 주민대책위와 함께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달 28일 또는 29일에 주민 대책위 4곳과 다같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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