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의전이 오히려 불편한 젊은 총수들… 백팩매고 나홀로 출장

입력 2019-05-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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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초 수원사업장 5G 네크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뒤 사내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식사를 했다,(인스타그램)
2세 재계 총수들은 운신의 폭이 좁았다. 과감한 경영전략과 발 빠른 판단, 글로벌 영토 확장 등 걸출한 외연적 변화를 주도했음에도 ‘존재의 당위성’은 늘 아버지의 명성과 비교됐다.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재계의 가풍 속에서 이들의 행보는 조심스러웠다. ‘창업주의 명성에 자칫 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서려있었다.

결국 이들은 사내외에서 범접하기 힘든 권위를 드러내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3세 경영은 선대들과 궤를 달리한다. 때로는 현장에서 실무를 먼저 배웠고 일찌감치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해외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들이 본격적인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재계는 과감한 변화를 맞고 있다.

가장 먼저 의전 방식이 달라졌다. 격식을 벗어낸 3세들은 ‘총수’라는 선입견을 성큼 밀어내고 직원에게 그리고 일반인에게 다가서는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의 장례식 때 단 한명의 수행원도 없이 혼자 장례식장을 찾았다. 지난해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식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외출장때도 본인이 서류가방을 들고 홀로 출·입국 할때가 많다.

대언론 관계도 상당히 개방적이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취재진 중 한명이 아이폰을 들고 있는 걸 발견하고 “갤럭시를 쓰면 더 많이 이야기해 줄텐데…”라며 농담섞인 타박성 멘트를 해 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 구내식당에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를 발견한 직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의 셀카(셀프 카메라) 요청에 흔쾌히 포즈를 취했고,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이건희 회장이 권위주의적 카리스마 리더십을 내세웠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조용하고 친근한 리더십을 추구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주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미주지역에서 유학 중인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과도한 의전을 성큼 밀어낸 주인공이다. 3세 경영인 가운데 비교적 젊은 구 회장은 LG의 반듯한 조직문화에 실용주의를 입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며 파격을 유도했고, 주요 회의 때 넥타이를 먼저 풀고 성큼 임직원 앞으로 다가서고 있다.

LG의 한 임원은 “구 회장은 부장,임원시절에 흡연장소에 모인 직원들과도 거리낌없이 어울리며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소탈했다”며 “지금도 수행인원을 대동하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실상 원톱 체제를 다지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과감한 변화를 추구 중이다.

경직된 조직 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며 근무복 자율화, 출퇴근 유연제 등을 추진했다. 초급 간부 연수회에는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가서기도 한다.

아직 정부 주관의 행사 또는 공식 일정 때에는 그룹차원에서 의전을 하지만 정몽구 회장 의전과 비교하면 꽤 단촐해 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가풍이 워낙 보수적인 탓에 외부에서는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면서도 “내부에서는 의전 간소화를 꽤 파격적인 변화로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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