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뒤흔들 ‘패스트트랙’… 여야 4당 “사수” vs 한국·바른정당계 “강력 저지”

입력 2019-04-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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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사개특위 바른미래당 위원인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저지를 뚫고 국회 운영위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25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상정하려 하자 자유한국당은 ‘회의장 봉쇄’ 카드를 꺼내 들며 맞섰다. 이번 패스트트랙은 내년 총선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선거제 개편이 걸린 문제라 여야 모두 강 대 강 충돌을 불사하는 형국이다.

패스트트랙의 변수가 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문제를 놓고 사실상 ‘분당’ 방아쇠를 당긴 바른미래당은 이날 결국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오전 사보임 신청서를 인편이 아닌 팩스로 국회에 제출했으며, 문 의장은 의사국장으로부터 이를 보고받고 허가 결정을 내렸다. 전날 한국당 의원들이 항의 방문에 충격받아 병원에 입원한 문 의장은 불가피하게 환자복 차림으로 사보임 신청을 결재했다.

앞서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문 의장의 사보임계 허가를 저지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으나 면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문 의장이 결국 사보임을 허가했단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오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장은 날치기 결재로 의회주의를 말살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본인의 사개특위 위원직 교체를 허가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즉시 헌법재판소에 (사보임계 허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불법적으로 강제 사보임한 데 대해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오신환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반대 서명에도 동참한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직을 자진 사퇴했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선거제 개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패스트트랙이 추진됐으나 그 과정에서 당이 사분오열되는 모습에 참담했다"며 "당이 살자고 나선 길이 오히려 당을 분열시키고 무너지게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성사를 위해 개인 사정으로 국회 대기가 어려운 박완주 의원을 정개특위에서 사보임하고 권미혁 의원으로 교체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20대 국회의 사명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도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개혁과 반개혁 세력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은 오전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한 회의가 열릴 수 있는 3곳을 점거하며 물리적 무력화를 시도했다. 한국당 의원 20~30여 명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 회의장을 막았고,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 위한 의안과 사무실에서도 대기 중이다.

한국당은 오 의원에서 교체된 채 의원의 의원실도 점거했다. 급기야 채 의원은 의원실 반대편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한국당 의원 11명이 문을 열지 못하도록 방 안에 있는 소파로 문을 막고 있다. 문을 잠가서 밖에서도 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갈 수 있도록 경찰과 소방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감금상태’였던 채 의원은 무려 6시간 후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 문을 나와 의원회관을 빠져나왔다.

국회의 대치 전선이 여야 4당 대 한국당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지도부 대 바른정당계, 한국당·바른정당계 대 문 의장 등으로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복잡한 정국은 더 꼬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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