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로 몰아가는 ‘협력업체’라는 굴레

입력 2019-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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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ㆍ노조ㆍ정부 3대 리스크로 진퇴양난

‘협력(協力)’이라는 의미는 말 그대로 힘을 합해 서로 돕는 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협력업체’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들어서는 소위 원청이라 불리는 상위업체와 노조 움직임에 휘둘리는 것은 물론 정부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등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사면초가(四面楚歌)다. 사방에 둘러싸인 위협 요인들은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120여 개에 달하는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직원들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임금을 못받고 있다.

협력사 직원들은 “조선업이 위기를 겪던 지난 4년간 원청이 기성금(공사대금)을 깎은 것도 모자라 업황이 좋아져 사람이 모자라는 상황에서도 삭감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협력사 임금 지급 중단으로 이어져 우리는 작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오랜 불황으로 공사대금이 다소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협력사와 상호 합의된 계약에 따라 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게다가 120개 업체 중 2개를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들이 다시 출근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연간 수주 기록이 10척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척으로 5배 이상 성장하는 등 업황이 나아졌지만, 과거 호황기(연간 140척) 대비 갈 길이 멀다는 게 원청의 입장이다.

일부 협력사들은 임금을 조금씩 지불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딜 뿐 아니라 지급률이 절반도 안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협력사들은 원청에 상생지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종의 가불인 셈이다.

협력업체 직원들은 19일 오전 6시30분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출근집회를 열 예정이다. 이들은 6개월 이상 체불 장기화 가능성 큰 업체들을 비롯한 전반적인 임금 체불 문제와 대출 관련 문제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원청의 노사 갈등문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협력업체도 수두룩하다. 르노삼성자동차 얘기다.

르노삼성 노조는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 지연으로 무려 7개월이나 파업을 벌이고 있다. 장기간 파업 후폭풍으로 협력 부품업체들까지 생존의 기로에 내몰리고 있다. 르노 부산 공장 가동률은 75%까지 떨어지고, 지난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로 반토막 났다.

실제 협력업체들은 수천 억에 달하는 납품손실을 떠안게 됐으며, 잦은 휴업, 단축 근무로 임금 삭감에 시달리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고 있다.

게다가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협력업체들은 대출도 쉽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동차산업협회는 “노사공멸의 갈등을 끝내고 조속한 협상타결로 사태를 해결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 역시 이들에게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의 협력업체들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사업 관련 업체(등록, 협력)는 800여 개, 이 가운데 원전 설비 업체가 몰려있는 경남 지역에만 280여 개에 달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제 ‘버티면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조차 사라져가고 있다”며 “협력업체 직원들은 해외업체 취업까지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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