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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 생존권 위협하는 '양육비 안주는 부모들'
입력 2019-04-18 06:00
김소희 사회경제부 기자

부부가 이혼을 하면 누가 아이를 키울지 결정한다. 이때 양육비를 어떻게 할지도 정하는데, 재판으로 이혼하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이 양육비를 내야 한다. 직장인의 경우 자녀 한 명당 월 30~70만 원 정도의 양육비가 책정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양육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여가부가 11일 발표한 '2018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 양육을 하지 않는 상대 부모에게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10명 중 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도 받은 적 없다'는 이들도 73.1%나 됐다. 법적 책임이 있는 경우도 양육비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15%에 그쳤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한부모 80% 이상은 '양육비·교육비가 부담된다'고 했다. 자녀 진로지도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한부모도 72.7%에 달했다. 정해진 휴일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해도 그들이 쥔 건 한달 평균 202만 원이었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가처분 소득(389만 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한부모에게 일·가정 양립은 '꿈'이었다.

양육비를 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소송하는 방법 밖에 없다. 우리나라 양육비 이행 관련 제도에서 보면, 양육비 미지급을 개인 간 채무 관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양육비 지급 의무가 있는 부모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은 직접지급명령, 담보제공명령, 감치 등 제재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급여소득자가 아니면 급여에서 바로 양육비를 지급하도록 하는 직접지급명령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고의로 재산을 은닉하면 담보제공명령 효과도 사라진다. 최후의 수단으로 내리는 감치 명령도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거주지 다르면 소용 없다.

이를 악용하는 여전히 이들이 많은 게 문제다. 포털 사이트에 '양육비'를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에 '양육비 주지 않는 방법'이 뜬다.

많은 해외 국가들은 양육비 미지급한 부모에 대해 '아동 학대' 혐의를 적용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고의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채무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는 자동차 운전면허 제한, 명단 공개, 형사 처벌 등 제재하는 법안이 복수로 발의된 상태다.

양육비는 단지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고 있는 전 배우자의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을 갖게 하는 제도가 아니다. 자신으로 인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전아내가 미워서, 전남편이 꼴보기 싫어서 주지 않는 양육비의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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