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ECB 총재도 美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입력 2019-04-1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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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기 ECB 총재, 트럼프의 정실인사에 이례적 우려 표명…트럼프 “연준 일 제대로 했다면 주가·성장률 ↑”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봄철 연차총회 참석 중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성토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측근인 사업가 출신 허먼 케인과 경제평론가인 스티븐 무어를 연준 이사로 앉히려는 등 정실주의 인사를 펼치자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까지 나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해 불안감을 표명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춘계 연차총회 참석 차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드라기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는 “나는 각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상황, 특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인 미국에서 그렇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만일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지 못하면 사람들은 경제전망이 아니라 정치적 조언에 의해 통화정책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물가와 고용 안정 등) 자신의 임무에 부합하는 최선의 길을 고르려면 자유로워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중앙은행이 그들의 임무를 다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은행 수장이 다른 나라의 정치 상황과 금융정책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그러나 드라기 총재는 연준을 둘러싼 트럼프의 압박이 극히 부적절하다는 판단으로 전례를 깬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공석 중인 연준 이사 두 자리에 허먼 케인과 스티븐 무어를 지명했다. 이들 두 사람은 평소 연준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갓파더스피자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케인은 성희롱 의혹 등으로 이미 여당인 공화당에서 4명의 상원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해 트럼프가 지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경제자문이었던 무어에 대해서도 그가 연준에서 ‘트럼프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문제 제기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시 연준을 비판하는 트위터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는 “연준이 제대로 일을 했더라면 주가가 5000~1만 포인트 추가로 오르고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인플레이션이 없는 가운데 3%가 아니라 4%를 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준은 지난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올해는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유자산 축소도 오는 9월 말로 조기에 종료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연준의 양적긴축은 ‘킬러(Killer)’와 마찬가지였다”며 “정확히 반대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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