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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왕국’의 몰락...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 대만ㆍ중국 연합 품으로
입력 2019-04-04 10:48   수정 2019-04-04 17:22
대만 전자부품업체 컨소시엄 800억 엔 구제자금 투입...일본 정부 최대주주 지위 상실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이 2016년 선보인 ‘투명 디스플레이 텔레비전’의 모습. 뉴시스

한때 세계 시장에서 ‘LCD 왕국’으로 이름을 날리던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경영난을 겪어온 일본 최대 LCD 패널 제조업체인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대만과 중국 전자부품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부터 800억 엔(약 8142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 정부는 JDI의 최대 주주 지위를 잃게 됐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1990년대 후반까지 10여개의 LCD 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LCD 왕국’으로 통했다. 하지만 한국과 대만 등 후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2000년대 중반 일본의 LCD 세계 시장 점유율은 16%까지 추락했다.

위기를 느낀 일본 기업들은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일본 정부 산하의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현 INCJ)의 주도로 히타치, 도시바, 소니 3사가 의기투합해 JDI를 출범시켰다. 당시 INCJ는 2000억 엔에 지분 70%를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JDI는 파나소닉의 공장을 매입해 첨단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INCJ의 지원도 계속됐다. 2016년 INCJ는 뒤처졌던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OLED) 개발 비용 명목으로 750억 엔을 투자했고, 2018년 3월에는 LCD 패널 증산 자금으로 200억 엔을 더 투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시원찮았다. 지속적인 자금 수혈에도 불구하고 회생에 실패했다. 원인은 다양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의 자금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등장이었다. 이들의 공격적인 물량 공세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일본은 OLED 대응에서도 한발 느렸다. 삼성전자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발빠르게 스마트폰용 OLED를 내놓은 것이다. 일본 기업들도 연구를 거듭해 OLED 기술 축적에 나섰지만 LCD에 과도하게 치중하면서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그러던 중 JDI 출범 당시 합류를 거부했던 샤프가 2016년 대만 훙하이정밀공업 산하에 들어가면서 일본 기업의 패색은 더욱 짙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는 민관펀드가 JDI의 최대 주주였던 점이 걸림돌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이 포화 상태여서 신속하게 생산 구조 조정을 실시했어야 하지만, 정부의 개입으로 결정이 더뎌지면서 경영난이 심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타는 애플이었다. 2017년부터 애플은 일부 아이폰에 OLED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JDI의 아이폰용 LCD 납품 물량이 줄면서 1400억 엔 이상을 들여 울며 겨자 먹기로 구조 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설상가상, LCD를 채용한 아이폰 판매까지 쪼그라들면서 JDI의 실적을 갉아먹었다.

이번 대만 중국 연합의 투자로 JDI는 일본 내 구조 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경영진 쇄신도 예상된다. 대만 중국 연합은 JDI의 기술을 활용해 중국에 OLED 패널 공장을 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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