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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Eye] 삼성전자와 애플의 숙명
입력 2019-03-27 14:00   수정 2019-03-28 13:38

(출처:신화뉴시스)

올해 초,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공개 서한으로 시장이 발칵 뒤집혔었다. 서한 내용인 즉, “2019 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840억 달러(약 95조 원)를 기록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난해 11월 말 실적 발표 당시 제시한 자체 전망치 890억~930억 달러보다 5~10% 낮은 것. 애플이 자진해서 실적 부진을 예고한 건 처음이었다.

같은 달 29일 발표된 실적은 쿡의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843억1000만달러, 순이익은 0.5% 감소한 199억7000만 달러였다.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아이폰 판매가 정체된 가운데, 믿어왔던 중국 경제가 후진하면서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이후 거의 한 달 내내 ‘애플 쇼크’ ‘차이나 쇼크’라는 제목이 각 신문의 헤드라인에 올랐다. 애플 주가도 푹 고꾸라졌고, 심지어 시가총액 세계 1위 타이틀도 내줬다.

(블룸버그)

그로부터 2개월여, 이번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수위를 다투는 삼성전자가 자진납세를 했다. 26일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실적이 시장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고백을 했다. 작년 영업이익의 약 80%를 차지한 메모리 가격 하락과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 둔화를 이유로 들었다. 이 역시 다음달 초 예정된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일종의 선제적인 경고 메시지였다.

삼성전자는 애플에겐 아이폰용 OLED 공급자이자 스마트폰 경쟁자. 이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부진이 결코 애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 삼성은 주주들에게 “세계적인 경제 성장 둔화와 메모리 칩 수요 약세가 2019년 영업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톰슨로이터의 금융부문 리파이니티브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조2000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15조6000억 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 조사에 따르면 D램 칩 가격은 1분기에 평균 20% 이상 하락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 수요 감소로 세계적인 공급 과잉에 빠진 탓이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같은 기간 삼성의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이 6200억 원의 영업손실로 전환하고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미중 무역 갈등과 중국 경제 침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발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씁쓸한 건 이 귀중한 핵심 기술인 ‘폴더블 디스플레이’ 샘플을 애플과 구글에게도 제공했다는 것이다. 자사에 있어서 생명줄과도 같은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의 위기를 폴더블 시장 개척으로 타개하려는 의도인걸까.

(출처:WSJ)

애플 때와 달리, ‘삼성 쇼크’는 일어나지 않았다. 26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0.6% 하락하는데 그쳤다. 27일에는 오히려 소폭 올랐다. 투자자들도 올해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미리 인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연내 반도체 업계의 재고 소진으로 시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3사는 올해 설비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수요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암울하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고, 미국 중국 등 소비를 견인하는 국가들의 전망이 밝지 않아서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휴대폰 교체 주기가 더 길어지면 반도체 수요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의 이번 경고는 자성의 소리로 받아들여진다.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애플의 25일(현지시간) 스페셜 이벤트 무대에 오른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 블룸버그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25일 ‘SHOW’는 의미심장하다. 십여 년 간 애플을 먹여 살린 아이폰 등 하드웨어 의존에서 탈피해 앞으로는 콘텐츠로 승부를 내겠다는 의미니 말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생뚱맞게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하겠다고 나서는 격이다.

시장은 시큰둥했지만, 이런 애플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애플의 핵심 사업이 아이폰이 아니게 된 이상, 삼성전자의 생산 라인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이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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