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 10% 줄인다지만 쓸 곳 많아 재정 ‘빨간불’

입력 2019-03-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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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예산안 편성지침... 재량지출도 상당분 국정과제, 구조조정 현실적으로 어려워

26일 확정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재량지출 삭감’이라는 고강도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이 담겼다. 각 부처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새로운 예산사업을 만들려면 기존 재량지출 예산사업을 10% 이상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 방안은 2008년도와 2010년도, 2017년도, 2018년도 예산안 지침에 포함됐다. 지난해 발표된 올해 예산안 편성 지침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실제론 12조4000억 원 수준의 재량지출이 삭감됐다. 사실상 4년 연속 지출 구조조정이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올해 예산 중) 의무지출이 51%, 재량지출이 49% 정도인데, 재량지출 안에서 줄이기 어려운 경직적 경비를 제외한 부분이 구조조정 대상”이라며 “새롭게 하고자 하는 사업들이 있을 때 지출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들이 있는데, 부처 스스로 이런 부분들을 강력히 구조조정을 해서 부처가 (원칙을) 세워 달라는 강력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 부처에선 재량지출 삭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량지출이라고 해도 국정과제 이행 차원의 지출과 인건비·기본경비 등 경직성 경비는 조정이 어려워서다. 산업·고용위기지역 지원과 노인·청년 일자리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국정과제로 발표한 178조 원의 투자계획까지 구조조정 대상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출 조정은 사회부처에서 더 제한적이다. 한 사회부처 관계자는 “국정과제로 추진된 사업들은 재량지출이라고 해도 사실상 의무지출 성격이 돼 부처에서 구조조정이 가능한 재량지출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결국 국정과제에 포함이 안 된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 환경, 국방 분야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집행이 부진한 사업이 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재량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우려가 크다. 당장 내년부터 저소득 구직자(128만 명 추산)에게 6개월간 월 50만 원을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가 도입되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사업들이 착공에 들어가서다. 한국형 실업부조에는 산술적으로 연간 6400억 원, 예타 면제 사업에는 10년간 24조 원이 투입된다. 여기에 2023년까지 3대 플랫폼 경제에 10조 원, 8대 선도사업에 3조6000억 원이 들어간다.

한편, 재량지출 구조조정의 효과는 2018년도 10조4000억 원, 올해 12조4000억 원 수준이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재량지출 규모는 1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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