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시장경쟁 규칙을 가다듬는다

입력 2019-03-19 18:11수정 2019-03-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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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호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신영호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국장
시장에서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시장 활력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원칙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종종 서로 담합해 가격을 인상하거나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다. 공정거래법은 이러한 행위들을 방지하고 경쟁의 규칙을 확립하기 위해 1980년 12월 31일 제정됐다.

약 38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경제 환경은 크게 변화했다. 1980년대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던 우리 경제는 최근 저성장·양극화를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재벌개혁과 갑질근절 등 공정경제에 대한 요구는 한층 높아졌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기존 법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경제현상도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이 변화된 21세기 경제여건을 반영하고, 공정한 시장경쟁의 규칙을 재정립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해오고 있다. 앞서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각종 토론회·간담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했으며, 지난해 12월 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우선 개정안은 행정·민사·형사적 수단 간의 상호 보완과 균형을 이루는 법집행 체계를 마련해 법 위반 억지력을 높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형벌규정은 삭제하는 대신, 민사적 구제수단은 확충하고 과징금 부과율 등 행정제재 수준을 보다 강화했다.

대표적으로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불공정행위의 금지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되면 피해구제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격담합,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막대한 소비자 피해나 국가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담합에 보다 효과적인 형사제재가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집단과 관련해서는 기업집단 규율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먼저 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해 소액주주의 부가 불합리하게 총수일가로 이전되는 행태를 방지하고, 중소기업에 공정한 사업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금융·보험사와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해 고객자금 등이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는 것을 방지토록 했다.

개정안에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저변이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벤처지주회사의 설립기준과 행위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혁신성장 생태계 구축을 뒷받침하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 자산총액·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현행 기업결합 신고기준을 거래금액 기준으로 보완했다.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을 고액에 인수해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거나, 진입장벽을 형성하는 등 경쟁을 제한할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근 경쟁사업자 간에 가격, 생산량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 은밀하게 담합이 이뤄지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러한 형태의 담합을 제재할 수 있는 규정도 개정안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공정위 법집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 및 심의절차를 개선했으며 피심인이 열람·복사할 수 있는 자료의 범위를 넓히는 등 기업의 방어권 보장도 확대했다. 이와 함께 현장조사 시 조사공문 교부를 의무화하고 심의단계부터는 현장조사를 금지하는 등 조사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를 강화함으로써 공정위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높였다.

공정위는 향후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된다면 시장 경쟁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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