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中과 ‘일대일로’ MOU 체결 예정...G7 국가 중 최초

입력 2019-03-0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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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과 EU 견제에도 中 67개 국가와 이미 협정

▲지난해 6월 캐나다 퀘벡주 라말베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라말베/AP뉴시스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global investment)’ 프로젝트를 승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켈레 제라치 이탈리아 경제개발부 차관은 이날 FT와의 인터뷰에서 “3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탈리아에 방문했을 때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시 주석의 방문 기간에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메이드 인 이태리’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시장에서 더 많이 팔려나가길 바란다”고 이번 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유라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80개국 이상에 자금을 조달하고 인프라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은 이 계획이 중국 기업에만 유리하다고 비판해 왔다. 또한 투자를 받은 국가들을 ‘빚의 덫’에 걸려들게 해 결국 중국의 전략적이고 군사적인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의 이번 조치에 미국이 발끈하고 나서는 게 당연한 이유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이탈리아에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 국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럿 마퀴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우리는 일대일로를 중국이 주도권을 가지려고 중국이 만들어 낸 계획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이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없고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의 국가 명성을 갉아 먹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가져올 부정적인 효과를 우려하며 이탈리아를 포함한 동맹국들을 압박해 중국이 국제 기준과 관행을 지켜 투자를 하도록 유도해 왔다.

따라서 이탈리아가 중국과 협정을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 지원에 나선다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또한 글로벌 투자에 나선 중국을 다루는 법을 두고 갈라져 있는 유럽연합(EU)을 통합하려는 브뤼셀(EU 본부 위치)의 노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U는 그동안 중국 투자를 놓고 논쟁을 벌여 왔다.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 투자에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다. 반면, 그리스와 포르투갈처럼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이 수십 억 유로를 투자해 온 나라들은 중국에 좀 더 관대한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 일부 중동유럽 국가들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을 지원하는 협정에 사인을 한 상태다. 협정 관련 세부사항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합의 내용이 불분명하지만 ‘일대일로’를 지지하고 인정하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FT는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장위는 “지금까지 67개 국가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서명했다”면서 “국제기구까지 모두 합치면 앞으로 그 수가 152에 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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