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한국당 새 지도부의 과제

입력 2019-02-26 18:11수정 2019-02-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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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오늘 열린다. 누가 더 우세하냐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누가 당대표가 되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은 확실하다.

새로운 지도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자유한국당의 이미지 개선 작업이다. 전당대회 기간, 한국당과 관련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바로 ‘극우화’다. 5·18 망언부터 시작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 논란에 이르기까지 각종 논란들이 꼬리를 물었고, 이 과정에서 극단적인 주장들이 나왔기 때문에 붙은 꼬리표다.

‘극우화’라는 단어와 항상 함께 등장하는 이름은 ‘태극기 부대’였다. 상황이 이러니 극우세력이 한국당의 주류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식의 보도가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이런 보도나 주장은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전당대회는 전당대회 고유의 선거 논리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는 일반 선거와는 다르다. 선거에 참여하는 이들 대부분이 정당 지지자 혹은 당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골고루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 큰 소수의 주장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귀중한 표’들이다. 이는 한국당에만 국한되는 논리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똑같은 현상이 대두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전당대회의 고유한 선거 논리를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당 대표에 출마한 이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옮기면서 ‘극우화’를 걱정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언론이 ‘한국당의 극우화’에 대한 보도를 했다는 사실 역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도 확실하다. 이런 보도들로 인해 일반인의 뇌리 속에, 한국당은 ‘극우에 경도된 정당’이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이런 이미지를 그냥 놔뒀다가는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총선은 중도층을 흡수하는 정당이 승리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전당대회가 끝나고 등장할 새로운 한국당 지도부는 극우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당대회에서야, 승리를 위해 목소리 큰 소수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당대회 이후에도 그런 목소리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를 중도층이 이해해 줄 리는 만무하다.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정부와 여당을 공격할 때 더욱 많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음 역시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지도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이른바 계파 문제다. 계파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우리나라는 ‘청산’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애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사회적 현상에서, 특정 사안 혹은 현상을 청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독일은 과거 나치 문제를 말할 때도 ‘역사 청산’ 대신 ‘역사 극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청산이라는 단어를 계파에도 갖다 붙인다. 전당대회 때마다 등장하는 ‘계파 청산’ 구호가 대표적 예다.

그런데 계파라는 존재 역시 청산돼야 할 대상도 아니고, 청산될 수도 없는 존재다. 민주주의를 하는 국가의 정당치고 계파 없는 정당은 없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문제는 계파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우리나라 계파들의 투쟁 방식이다. 우리나라 계파들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무한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계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즉, 계파를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무한투쟁을 벌이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지도부는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초유의 ‘진정한 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 공천 제도의 개혁이 그것이다. 지도부 개입이 전혀 없는 공천을 할 때, 무한투쟁은 사라질 수 있다. 한국당의 새 지도부는 이런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보수는 또 한번 갈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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