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로 냉장고 구매”…핀테크 족쇄 풀었지만 ‘혁신엔 물음표‘

입력 2019-02-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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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권한·책임 불균형 문제·제2 카드대란 우려

앞으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이용해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구매하거나 교통카드 사용이 가능해진다.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결제한도와 범위를 늘려주는 것이 혁신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는 결제사업자에 간편결제 한도를 늘리고 후불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가 “30만~50만 원의 소액 신용 결제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평소 핀테크 업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사안이다. 하지만 기존 금융권은 “핀테크 혁신이 아니라 민원 해소에 불과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간편결제 이용·충전한도는 기존 2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까지 확대된다. 휴대폰 소액결제처럼(한 달 약 50만 원) 후불결제 업무도 가능해진다.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 허용은 사실상 신용공여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다. 신용공여란 쉽게 말해 소비자가 지는 ‘빚’이다. 여신금융전문업자만 할 수 있는 권한을 전자금융업자에게도 주겠다는 것이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미 18년 전에 출시된 바 있다. 2001년 SK텔레콤은 휴대폰을 이용해 은행 간 송금서비스와 온·오프라인 지불결제가 가능한 전자화폐 ‘네모’를 내놨다. 이용자가 네모서비스 가입으로 만들어진 가상 계좌에 일정액(50만 원 한도)을 충전한 후 포털 사이트 ‘NATE’를 통해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이나 구매결제가 가능했다. 서비스 개시 불과 4년째인 2004년, 3600만 원의 예금이 빠져 나가는 금융사고가 발생해 서비스는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권한과 책임의 불균형 문제도 제기한다. 현재는 자기자본 200억 원 이상인 사업자에게 신용카드업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여전업자는 최소자본금, 건전성 기준 등 지켜야 할 규제가 많다. 한도 확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을 고치면 되지만 신용공여 기능 부여는 법안 개정까지 나서야 하는 부분이다. 금융위는 4월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시 시범 테스트 방식으로 우선적으로 허용하고, 이후 ‘소액후불결제업’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경우 고객 2300만 명을 따졌을 때 신용 리스크가 10조 원이 넘어 인터넷 전문은행과 맞먹는다”며 “카드업을 하고 싶은데, 전면적으로 선언은 못하겠고 민원으로 해소하면 되겠냐”고 말했다. 2003년 수백만 명 신용불량자를 양성한 ‘카드대란’이 터진 것도 신용능력을 따지지 않고 무자비로 신용카드를 발급한 것이 단초가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 완화로 기존 금융사들이 핀테크 먹거리를 뺏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결제 한도를 늘려주는 대신 페이 업체는 고객이 충전한 돈의 일정 비율은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 보증 상품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시대가 바뀌었고 과거와 달리 결제 총량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 1000조 원대 결제 시장에서 금액 기준 신용카드가 55%, 체크카드가 16%가량을 차지한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한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의 핵심인 개방형 금융결제망(오픈뱅킹) 구축으로 지난해 기준 7.3%인 간편결제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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