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서

입력 2019-02-1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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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대 산업부 기자

“중국 때문에 정말 고민이 많습니다.”

작년 6월 산업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을 당시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현재 최대의 고민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그들이 내놓은 대답은 비슷비슷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중국이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선두자리를 지켜온 산업 분야에서 위협할 만한 행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LCD(액정표시장치), 태양광, 전기차에서는 우리나라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다.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동안 중국은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자국 기업에 막대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외국 기업들엔 이해할 수 없는 조처를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전기차 배터리다. 중국 정부는 2016년 12월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중국의 야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메모리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중국의 조치에 대해 업계는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기업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기술개발 분야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차별화한 기술을 확보하려고 한다. 가만히 있을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우리 기술 인력을 영입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격차를 계속 좁히고 있다.

공공의 적은 기업이 혼자 상대할 수 없는 버거운 적이다.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제도적 지원이 필수다. 그중에서도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기업활동에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어떤가.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이 1500여 개가 제출됐는데, 이 중 규제법안만 833개다. 기업들이 ‘이래나 저래라’에 고통받는 현실이다. 최근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 부처, 국회는 기업인들에게 대화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별무소득이다. 어떤 변화도 없다면 우리는 ‘공공의 적’을 영원히 이길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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