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푼이라도 건지자” 파생상품에 기웃대는 가상화폐 투자자들

입력 2019-02-14 10:56수정 2019-02-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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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가격, 정점 대비 80% 하락 상태…채굴업자·ICO 기업, 옵션 상품 판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지난 1년간 폭락하자 극심한 손해를 본 투자자들과 가상화폐를 보유한 업계 관계자들이 파생상품에 기웃거리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승인하며 새 코인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해 ‘채굴업자’로 불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투자 광풍이 절정에 달했던 2017년 가상화폐공개(ICO)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 등이 자금 확보를 위해 파생상품인 ‘커버드 콜옵션(covered call option)’과 유사한 상품을 팔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커버드 콜옵션은 증시에서 인기 있는 파생상품으로 콜옵션을 미리 매도해 주가지수가 하락할 때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처럼 관계자들이 ‘가상화폐판’ 커버드 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비트코인 등이 미래 추가 하락할 때 손실을 최소화하고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커버드 콜옵션은 가상화폐 시장의 급격한 변동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나타난 새로운 자금줄이라고 통신은 강조했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17년 무려 1400%나 폭등했다. 그러나 현재 가격은 2017년 말 정점과 비교해 80% 빠진 상태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디지털 자산 거래업체 앨러메다리서치의 샘 뱅크먼-프라이드 최고경영자(CEO)는 “가상화폐를 비축해 놓았던 사람들은 지난해 약세장 속에서 자신들의 사업 운명이 가격에 휘둘리고 있음을 깨달았다”며 “가격 하락 속에서 일부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2017년 말 도입된 비트코인 선물과 달리 옵션은 거래 쌍방 간의 계약으로 가능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상화폐 옵션 거래는 약 6개월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QCP캐피털과 아쿠나캐피털 등 헤지펀드와 극초단타매매업체 출신이 세운 회사들이 가상화폐 커버드 콜옵션을 매입한다.

가상화폐 옵션이 정식 거래소에서 매매되는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규모를 산출하기는 어렵다. 블룸버그는 미국 뉴욕과 호주 시드니 등에서 해당 파생상품 거래자, 투자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거래량이 월 1억2500만 달러(약 1400억 원)에서 5억 달러에 이른다는 다양한 추정치를 들었다.

커버드 콜이 가상화폐 시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QCP는 지난달 250개 비트코인, 시가 약 90만 달러에 달하는 3개월물 커버드 콜옵션을 매입했다. 콜옵션 행사가격은 비트코인 1개당 4200달러로 정해졌으며 당시 시장가는 3625달러였다.

만일 4월 비트코인 가격이 42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QCP에 옵션을 판매한 사람은 비트코인을 그대로 손에 쥔 채 6만6250달러의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가격이 4200달러를 넘으면 판매자는 행사가격에 250개 비트코인을 QCP에 팔아야 한다. 4200달러를 초과하는 부분은 그대로 QCP의 이익이 된다.

금융 부문에서는 아마추어인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QCP와 같은 전문가들을 상대로 옵션 거래를 하는 것은 높은 리스크가 따르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채굴 비용을 밑도는 현 상황에서 이들은 사소한 고민을 할 여유가 없다고 블룸버그는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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