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풍광(風光)과 풍경(風景)

입력 2019-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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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암행어사 박문수 선생이 필운대(弼雲臺)에 올라 지은 시가 있다. “그대는 노래 부르고 나는 휘파람 불며 높은 곳에 올라보니, 오얏꽃 하얗고 복숭아꽃 붉어 온갖 꽃이 다 피었구나. 이와 같은 풍광과 이와 같은 즐거움 속에서, 해마다 태평의 술잔에 오래도록 취했으면(如此風光如此樂 年年長醉太平杯).” 태평성세를 염원하는 시이다. 이 시에 나오는 ‘풍광(風光)’은 ‘풍경(風景)’과 같은 뜻일까? 국어사전은 ‘풍광’과 ‘풍경’을 다 같이 “산, 들, 강, 바다 등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풍광은 ‘風光’이라고 쓰며 ‘바람 풍’, ‘빛 광’이라고 훈독하고, ‘풍경’은 ‘風景’이라고 쓰며 ‘景’은 ‘볕 경, 빛 경’이라고 훈독한다.

‘光’은 ‘火’와 ‘儿(=人)’의 합체로서 본래는 ‘사람이 횃불을 들고 밝게 비추고 있다’는 뜻이었는데, 나중에 ‘영광되다’, ‘번영하다’는 의미도 갖게 되었으며, 불빛이 널리 퍼진다는 점에서 ‘광원(廣遠)하다’는 뜻으로도 확장되었다. ‘광명정대(光明正大)’의 ‘光明’이 바로 그런 예이다.

景은 ‘日’과 ‘京’이 합쳐진 글자인데 ‘京’은 언덕 위에 집이 자리한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높은 위치에 있는 궁전이나 신전을 뜻하다가 나중에는 궁전이 있는 ‘서울’이라는 의미로 진화했다. 높은 지대에 있는 서울(京)은 태양(日)이 더욱 아름답게 비친다는 생각 아래 ‘景’에는 ‘태양의 빛’이라는 뜻이 부가되었고, 빛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늘도 있으므로 ‘그늘’이라는 뜻도 아울러 갖게 되었는데 나중에 ‘무늬를 꾸민다’는 의미의 ‘터럭삼(彡)’ 자를 붙여 별도로 ‘影(그림자 영)’이 만들어졌다.

風景은 빛과 그림자가 있는 순수한 자연의 경치이고, ‘사람(儿=人)’이 붙은 ‘光’을 쓰는 ‘風光’은 ‘풍경’이라는 뜻과 함께 인위적인 문화의 의미도 깃들어 있는 말이다. 박문수 시의 ‘여차풍광(如此風光)’은 ‘이와 같은 문화와 풍경’이라는 뜻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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