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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역행” 증권사 계약직 외면하는 금감원
입력 2019-02-11 08:14

▲8일 토러스투자증권(이하 토러스증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에 대한 대량해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소관이 아니라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이하 토러스증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기존 직원들에 대한 대량해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소관이 아니라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비정규직 감소’ 정책에도 반하는 행위로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금감원에 ‘3개월 계약’ 억울함 호소= 이투데이는 지난달 30일 <디에스네트웍스, 토러스증권 임직원 3개월 고용계약 강요 ‘논란’>을 단독 보도했다.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인 부동산 개발업체 디에스네트웍스(이하 디에스)가 작년 12월 말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토러스증권 계약직 임원과 직원들에게 고용계약 만료시점을 3월 31일로 못 박은 고용계약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반발한 토러스증권 임직원 일부는 금감원에 진정서도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작년 10월 31일 토러스증권의 새 주인이 된 디에스가 손복조 토러스증권 회장 등 기존 경영진을 앞세워 기존 직원들에게 3개월짜리 단기 고용계약에 동의할 것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디에스에 대한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회사 내부 상황을 일부 고려해달라는 취지였다.

◇ “우리 소관 아니다”는 금감원…형식적 대응만= 주목할 대목은 금감원이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후에도 진정서 내용에 대한 형식적인 확인 절차만 진행했다는 점이다. 디에스 측은 허위 주장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관계나 고용 승계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금감원의 의견전달이나 별도 후속조치는 없었다. 접수된 민원이 어느 부서로 할당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 중 자격요건에 대주주의 재무상태나 사회적 신용만 있을 뿐 고용안정성 항목이 없기 때문에 이를 감독당국에서 살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또 “회사의 건전성 위주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인사관리 문제는 고용노동부나 노동청이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출신 변호사는 “고용안정성은 적격성 심사 요건에는 들어가지 않는 게 맞다”면서도 “금감원 검사권 안에 인사관리도 있어 그 부분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또 “통상 인수합병 때는 회사의 영업조직 전체를 사들이겠다는 건데 이처럼 구조조정을 미리 전제한 경우가 없어 이전 사례들과 비교가 힘들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디에스 관계자는 “토러스증권 경영진이 계약직원 고용기간을 평가에 따라 3개월과 12개월로 하는 2개 방안을 제시해, 통일하는 방안을 주문한 것 뿐”이라며 “어떤 강압도 가한 적이 없다고 금감원에 소명했다”고 했다.

◇ 증권업계, 나쁜 선례 남을까 우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증권업계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토러스증권의 선례가 남겨질 경우 여타 증권사 M&A 과정에서 유사한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증권사 전문계약직의 경우 고액 연봉자라는 인식 때문에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더욱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 계약직원수는 8299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수가 3만4251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가량이 계약직이다.

증권사 노조 관계자는 “금감원이 고용안정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에 대주주 적격성 자격 심사 승인을 해준다면 앞으로도 구조조정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자발적으로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지위가 전환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고연봉 근로자라고 해서 계약직원들을 일괄적으로 보호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금감원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시장 일각에선 금감원이 현 정권과 대치되는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신성장, 일자리 창출인데 금감원이 오히려 기존 임직원들의 승계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수수방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개발·건설업이 본업인 디에스는 작년 10월 자회사인 디에스앤파트너스를 통해 최대주주인 손복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13.56%)을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구주주 지분까지 인수해 주식 총 7254만 주를 손에 넣으며 지분율 95.45%를 확보했다. 토러스증권을 부동산 중심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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