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는 ‘깡통전세’ 위험, 대책 서둘러야

입력 2019-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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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집값과 전세가격이 급락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방에 이어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전세가가 떨어져 집 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위험에 노출된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그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금융당국 수장의 직접적인 깡통전세 언급은 이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로 집값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가 또한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곳이 많다. 집값이 계속 내린 경남·북과 충남·북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격이 오히려 전세가보다 싼 곳도 속출하고 있다. 집을 팔아도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온전하게 반환받기 어려운 깡통전세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과 신도시, 수도권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KB부동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59.4%로 2013년 9월(59.1%) 이후 가장 낮았다. 대부분 지역의 전세가가 하락하면서, 1만 가구 가까운 신규 입주 물량이 공급된 헬리오시티가 위치한 송파구가 특히 낮고, 강동구 및 서초구도 큰 폭 떨어졌다. 전세가율이 높았던 강북 몇몇 지역도 계속 내리고 있다.

여기에 과거 80%대의 높은 전세가율이 지속될 때 성행했던 ‘갭투자’ 물량이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 전세를 끼고 적은 비용으로 집을 여러 채 샀던 갭투자 물량이 전세가 하락으로 경매에 나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은행 대출도 막히면서 집 주인이 임차인에게 높게 받았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게 된 탓이다. 세입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값과 전세가가 하향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일단 바람직하다. 서민의 주거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례없이 강력한 조치들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집값을 끌어내리는 데 올인하고 있는 이유다. 공시지가를 대폭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보유세 부담을 늘려 매물이 쏟아지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작정 집값을 낮추기만 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금융 불안의 방아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 리스크가 커지면서 불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깡통전세가 확산될 경우 결국 무주택 서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사회문제로 커지게 된다.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 피해를 막고,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과 금융 안정을 이루는 방안이 핵심이다. 부동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경제 전체를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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