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광주형일자리’ 동희오토 보니…‘장밋빛’ 낙관은 금물

입력 2019-01-3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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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동희오토㈜ 자동차 생산라인 모습. 연합뉴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자동차 공장’ 설립에 전격 합의했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마냥 장밋빛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광주시가 현대차와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 공장은 이른바 위탁 생산 공장이다.

이 같은 방식은 유럽과 일본에서 익숙한 생산 방식이다. 일본 토요타는 계열사인 다이하츠에 경차 생산을 위탁 중이다. 임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생산단가가 낮은 경차를 토요타 브랜드로 팔고 있다.

광주시가 직접적으로 ‘롤모델’이라고 강조한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5000’ 역시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2001년 경제 침체로 생산량이 급감하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었다. 공장의 해외 이전을 검토했으나 사회적 대타협에 따라 임금을 낮춘 외주공장을 추진했다. 수천 명의 실직자를 만드는 대신 이들의 임금을 낮추고 아우토5000을 설립해 생산을 위탁했다. 결국 이전 생산직의 80% 수준의 임금인 월급여 5000마르크(약 300만 원)로 공장을 운영했다. 회사 이름 아우토5000은 임금 수치인 셈이다. 폭스바겐은 이곳에서 미니밴과 SUV 등을 위탁생산하며 위기를 넘겼다. 경영환경이 나아지고 글로벌 1000만 대 판매를 겨냥하면서 2011년 다시 폭스바겐 그룹으로 통합했다.

국내에도 기아차가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에 경차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과 유사한 이곳은 기아차 모닝과 레이 등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경차 공장이라는 한계 속에서 설립 이후 여전히 경차 생산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차종을 생산해온 아우토5000과 성격이 뚜렷하게 다르다. 경차 생산에 특화된 만큼 시장의 변동에 따라 유동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 광주시 위탁 생산공장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주류 모델이 점점 몸집을 키우며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차 시장에 대한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시장 상황에 따라 독일 아우토5000처럼 미니밴과 SUV 등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노조 반발 탓에 쉽지 않다.

광주형 자동차 공장의 초임연봉 3500만 원 역시 그 효과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점진적인 임금 상승이 이어지면 값싼 경차를 팔아 수익을 낼 수 없는 셈이다. 여기에 수출도 녹록지 않다. 값싼 경차 및 소형차는 ‘현지생산 현지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쟁사들이 선제적으로 고용 조정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차종과 물량을 조정하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을 담보로 신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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