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美모멘티브 인수 차질빚나

입력 2019-01-11 14:08수정 2019-01-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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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BBB’ 부정적 관찰대상…무디스, ‘Baa2’ 하향조정 검토

▲2018년 3분기 KCC 계열사 현황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CC가 세계 2위 실리콘 생산업체인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데 4개월째 구체적인 자금 인수 계획을 세우지 못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컨소시엄을 통해 3조 원이 넘는 인수 자금을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급등해 신용지표가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3대 신평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최근 KCC의 ‘BBB’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회사 요청으로 철회했다. 철회 당시 KCC의 BBB 신용등급은 부정적 관찰대상(CreditWatch)이다.

S&P는 “KCC가 미국 감독당국의 승인을 얻어 모멘티브를 인수를 완료할 경우 주요 신용지표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유지해 왔다”며 “인수자금 조달 계획 등 구체적인 사항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이 신용등급 철회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KCC는 당분간 회사채 발행 계획이 없어 그렇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용등급 BBB까지는 투자적격이지만 그 아래부터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리스크를 사전에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 S&P는 지난해 9월 KCC의 모멘티브 인수계획 발표 직후 회사를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번 인수로 KCC의 재무 레버리지 변화 등으로 신용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글로벌 3대 신평사인 무디스 역시 KCC의 ‘Baa2’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무디스는 총 인수금액을 30억 달러로 가정했을 때 향후 12~18개월간 KCC의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조정차입금비율은 4.5~5.0배, 순차입금 대비 한도대출(RCF) 비율은 18%~2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모멘티브 인수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예측은 각각 3.8배, 29% 수준이다.

통상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투자자들로부터의 자금 조달은 이전보다 난항을 겪게 된다. 채무 이자율도 올라간다. 차입 대신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보유자산 매각이 거론된다.

신평사들은 KCC가 보유한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한다면 재무구조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KCC는 지난해 3월 31일 기준 약 4조1000억 원 규모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상장사별 보유 지분은 △KCC건설 36.03% △코리아오토글라스 19.90% △현대중공업 6.76%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6.42% △현대건설기계 4.15% △HDC 1.25% △HDC현대산업개발 2.37% △현대종합상사 12.00%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 12.00% △한라 9.53% △한라홀딩스 4.00% △삼성물산 8.97% 등이다.

하지만 이런 주식의 매도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를 시장에서 매각한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수 있다. 현대그룹 관련주도 대부분 우호적인 목적에서 보유 중인 것이어서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M&A 승인이 얼마나 빨리 나오느냐도 관건이다. 독과점 문제 때문에 인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이것이 늦어지면 재무적 투자자들을 추가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측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밝히지 않으면서도, 모멘티브 인수 과정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에 모든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KCC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계약이 완료돼 현재 잘 진행되고 있다”며 “앞서 국내에서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자금상 문제도 없다. 협상이 조율 중으로 연내에는 인수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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