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황제경영⑧] ‘공제영업’ 중앙회-금고 짬짜미…직원 사비 터는 '강매'

입력 2018-12-27 05:00수정 2018-12-2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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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 직원은 보험(공제) 영업을 TNT 폭탄이라 불러…수익 7대 3 배분

새마을금고에는 두 개의 ‘보험’이 있다. 하나는 보험이지만 직접 팔 수 없는 보험, 다른 하나는 보험으로 팔고 있지만 보험으로 부를 수 없는 보험이다. 전자는 MG손해보험, 후자는 MG새마을금고보험이다.

MG손보는 현재 금고 내에서 판매가 불가해 보험설계사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금고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지금부터 언급하는 보험도 전부 새마을금고보험이다.

먼저 새마을금고보험은 실제론 ‘공제’다. 보험과 공제는 “미래의 경제적 불안을 대비해 쌓아놓는 돈”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같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쉽게 말하면 보험은 복잡한 수학방정식을 통해 만든 상품이라면, 공제는 주식회사가 아닌 특정 목적으로 조직된 단체가 준비 재산을 쌓는 제도다.

이런 성격 탓에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은 보험이 아닌 공제상품만 팔 수 있다. 따라서 새마을금고‘보험’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영업의 용이성을 위해 이렇게 칭한다. 공제는 상호금융의 본래 목적이었던 ‘품앗이’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기에 판매를 금지할 수는 없다. 다만 보험은 아니라서 보험업법도, 금융감독원 규제도 빗겨나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유일한 금융 사업이 바로 이 ‘공제’다. 중앙회가 5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업계에서 보험은 ‘큰 손’이기 때문에 영업점에서도 판매 권유 1순위로 꼽히는 것처럼, 중앙회도 조직적으로 금고에 공제 영업 권유를 장려한다.

다만 그 영업 방식은 ‘장려’란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 직원들의 설명이다. 새마을금고 내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매년 1분기가 끝날 때쯤, 전국 지역협의회를 통해 공제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한다.

이를 중앙회는 TOS(Triple One Strategy), T&T(Target&Training) 전략이라 칭한다. TOS는 금고당 1일(One day) 1사무소(One office) 1건 이상(One policy) 판매를 목표로 하는 공제사업 활성화 전략이며, T&T는 공제사업 미활성화 금고 선정과 교육을 통한 실적향상을 도모로 한다.

이를 토대로 각 금고는 공제실적을 분배받고 일정 기간 공제를 판매해야 한다. TOS에 따르면 금고 직원은 하루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공제 상품을 팔아야 한다. T&T는 공제사업 실적에 미달하는 금고는 공개적으로 선정하고 교육을 실시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고 직원들은 공제판매에 앞서 사전 교육을 받고, 이를 이수해야 한다.

금고 직원들은 T&T 전략을 ‘TNT 폭탄’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만큼 공제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도권의 한 새마을금고 직원은 “보험(공제)이 돈벌이가 잘 되니까 금고에서 판매를 강제 권유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퇴사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또 실적 할당을 채우지 못하면 일명 ‘자뻑(금고직원이 사비로 공제상품에 가입하는 것)’을 해야 한다. 실제로 ‘자뻑’ 관행 때문에 빚을 지고 퇴사한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수도권의 다른 새마을금고 직원은 “전국에 자뻑을 하지 않은 금고 직원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며 “금고 직원은 은행원이 아니라 그저 영업사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억압에는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가 자리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공제 수익 배분율을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중앙회와 금고가 7대 3으로 수익을 분배한다. 중앙회는 관리수당 명목으로 이사장에게 일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사장으로선 월급 이외의 별도 성과급을 받는 통로다 보니 직원에 공제 영업을 압박하는 일이 허다한 것이다.

또 중앙회는 지역협의회에서 금고별로 공제사업 실적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이사장별로 비교한다. 영업 실적에 미달한 이사장은 다음 선거에서 자신의 실적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영업에 속도를 높인다. 새마을금고 내부 관계자는 “이사장에겐 돈이 되고, 하나의 평가 기준이 되니까 공제를 안 팔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렇게 쌓은 공제는 앞에서 언급했듯 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쌓는 방식도, 이를 굴리는 방식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실상 보험과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취급하는 데도 관리·감독 주체는 행정안전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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