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평가 시 안전항목 신설…위험 외주화 막는다

입력 2018-12-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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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철도·도로·에너지 공공기관 전수조사

코레일 등 공공기관의 안전사고가 잇따르는 이유는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형식적인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 전 공공기관에 대한 안전시설 전수조사와 안전항목 3점 배정, 안전관련 투자 확대, 안전인력 정규직화 등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안전 점수를 3점으로 늘린다. 지난해 제도를 개편하면서 전 기관 공통 평가지표에 안전·환경 요인을 3점 반영했다. 그러나 배점이 너무 작거나 단순히 사고 발생 건수로만 채점해 공공기관들의 안전투자 확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한 달 동안 11차례의 열차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잇단 열차사고에도 코레일은 2년 연속 안전 부문 평가 항목인 안전관리율에서 만점(11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도 안전 평가(시설 안전 제고)에서 5점 만점에 4.46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정부는 올해 평가부터 모든 기관에 3점짜리 안전항목을 신설한다. 안전 관련 사고가 나면 안전·환경 평가에서 점수를 못 받고 감점까지 받을 수 있도록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 예산도 확충한다.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산정할 때 안전투자를 감안해 평가하는 조항을 신설, 공공기관의 안전 관련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코레일은 2015년 차량 정비·인력예산에 4337억 원을 투입했으나 지난해는 4243억 원으로 되레 2.2%를 줄였다.

이번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도 3억 원이 더 든다며 작업 현장 개선을 게을리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인 1조로 일해야 하는 작업장에 혼자 들어간 것도 결국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공공기관 부채가 2013년 498조 5000억 원에서 지난해 472조 3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부는 또 비용 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안전 관련 파견·용역인력의 정규직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를 낸 지역난방공사는 2016년부터 안전관리 업무를 외주화했다. KTX 강릉선 탈선사고 때도 KTX 승무원들이 제대로 승객 안내를 못 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현행법상 KTX 승무원들은 본사가 아닌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으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업무가 ‘안내’로 한정돼 직접 안전관리에도 나설 수도 없다. 따라서 본사에서 KTX 승무원을 직접 고용해 안전 매뉴얼을 교육하고 안전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안전 매뉴얼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평소에 안전 훈련을 철저히 하는 등 매뉴얼을 몸으로 습득하는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등에 대해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사용자의 의무까지 하청업체로 외주화시키면서 노동자들은 불안정 고용에 더해 안전과 생명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KT 아현지사 화재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가 경제지표는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는지 몰라도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개념으로 안전 투자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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