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협력이익공유제, 해볼 만하다

입력 2018-11-1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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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희 중기IT부장

자본은 기본적으로 확대·재생산되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체계가 유지되기 위해선 그래야만 한다. 이런 체계하에서 기업 역시 생존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선 커져야만 한다.

커지지 않으면 시스템 투자를 할 수 없다. 커지지 않으면 거래 조건도 불리하다. 커지지 않으면 우수한 사원도 들어오지 않는다. 커지지 않으면 좋은 원자재(원료)도 받을 수 없다. 이자비용도 낮출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 생태계는 어떤가. 대기업들은 납품 단가 인하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새파랗게 어린 대기업 담당 대리가 50~60대 중소기업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에 얼마짜리 프로젝트가 있는데 얼마를 써내라”고 반말로 지시를 한다. 최저임금이 올라 그 가격에 못 한다고 말도 꺼내지 못한다. 물량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예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청에 재하청 구조이다 보니, 1차 밴더 밑에 있는 2차 밴더, 3차 밴더, 그 아래에 속한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진만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보니 성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 회사 이익이 나지 않으니 우수한 복지 제도를 운영할 수도 없는 구조다. 당연히 우수한 직원이 올 리 없다. 우수한 직원이 오지 않으니 새로운 연구 개발은 꿈도 꾸지 못한다. 혁신은 그저 남의 이야기다. 그 결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회사를 키울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하여 있는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회사 문을 닫으라고 막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문을 닫을 경우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중소기업 사장이 아닌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몫이다.

이걸 깨자는 게 최근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협력이익공유제’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ㆍ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협력이익이 발생할 경우 대기업 매출이나 영업이익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사전에 약정해서 중소기업에도 배분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협력이익공유제 활성화를 위해 세액공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법제화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협력이익공유제 인센티브 방안이 법제화된다면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한 인센티브를 받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쪽에선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발상이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는 그동안 기술 탈취, 우수 인력 빼가기, 납품단가 인하 등 대기업들의 온갖 갑질 행태로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물론 정부(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정책이 잘 이뤄졌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기업들 역시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소기업의 혁신 동력을 갉아먹은 것 또한 그동안 대기업들의 나쁜 행태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법제화까지 하고 나섰는지, 그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개 대리가 수십 년 동안 사업을 해 온 중소기업 사장에게, 반말로 납품 단가 얼마를 써내라고 당당하게 지껄이는 세상에서 법제화 말고 또 다른 방안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

반도체를 제외하고, 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위기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의 말처럼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중소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받아서 기술개발을 열심히 하고, 그것이 다시 대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제도가 생긴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후진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감출 수 없는, 감춰서도 안 되는 현실. 하루빨리 협력이익공유제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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