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SOC 투자,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입력 2018-11-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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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 의하면 내년 정부 총 지출은 올해보다 9.7% 확대된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노동 등 12대 주요 분야의 예산은 SOC(사회간접자본·2.3% 축소)만 빼고 전년 대비 모두 늘어날 전망이다. 2016년 23.7조 원에 달하던 SOC 예산은 2020년까지 대폭 감축될 운명이며, 이전 정부에서도 축소 기조였지만 현 정부 들어 감축 속도가 급격해졌다. 올해 SOC 예산은 전년 대비 20% 대폭 삭감되어 국회에 제출된 바 있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5000억 원 감축된 18.5조 원의 예산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급격한 SOC 예산 감축의 배경으로 정부는 우리나라의 SOC가 질량 면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어 신규 수요가 크지 않고 여타 분야가 예산 배정상의 우선순위가 더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SOC 예산 홀대는 시장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 도로·철도·공항·항만 등의 우리나라 SOC가 현재 충분하다는 주장과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상반된 평가가 상존하고 있는데, 공공이 아닌 민간 부문에서는 후자의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SOC 산업은 2000년 이전의 산업화 시기는 물론 현재도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으며 생산유발 및 고용유발 효과가 탁월해 경제 활성화와 고용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시의적절한 SOC 투자는 경제 성장 및 안정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경제가 극도의 침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렇게 중요한 SOC의 현재 스톡(물량)은 적정한지, 만약 적정하지 않다면 향후의 SOC 투자전략은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필자는 몇몇 전문가와 함께 최근 이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구 결과 현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극대화하는 SOC 스톡은 GDP(국민총생산)의 80~90% 수준은 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16년 말 기준 우리나라 SOC는 GDP 대비 50%를 하회하고 있으며 현재의 감축이 지속되면 30% 수준까지 떨어져 SOC의 절대 부족 상태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SOC의 지역 편차도 두드러져 지방에 비해 수도권과 대도시들에서는 SOC의 추가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밀도, 소득 수준, 개방도, 분권화 등 각국의 경제 여건을 감안해 우리나라 최초로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의 도로, 철도, 공항, 항만이 경쟁국 대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SOC 스톡은 국민 복지 향상과 경쟁국과의 비교라는 두 차원 모두에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적으로 SOC 투자를 축소할 경우 적정 수준에 비해 심각하게 과소한 SOC 상황은 더욱 악화해 국가 경쟁력의 심대한 저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SOC 위상과 기능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고 향후 전략을 재편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SOC를 구시대의 산물 혹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퇴물로 여기는 시각이 있다. 오죽했으면 고위 경제담당자가 최근의 경제침체를 예전처럼 SOC 투자로 해결하고픈 유혹을 참느라고 힘들다고 토로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SOC는 구시대의 굴뚝산업이 아니며 경제개발(산업화) 단계에서만 유효한 산업은 더더욱 아니다. 경제 성장에 기본이 되는 인프라 산업이며 첨단 4차 산업혁명에 필수불가결한 분야이자 다른 어느 분야보다 투자에 따른 고용 및 소득 창출의 선순환 효과가 큰 산업이다. SOC 산업에 대한 근본적 시각 교정 및 예산 편성·투자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현재 다양한 국내외 요인으로 어려움에 빠진 우리 경제를 정부는 시장에 적극 개입해 제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소생시키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민간 스스로 고용과 투자를 일으킬 대책이 빠져 있다는 것인데, 이 문제의 해결도 SOC 투자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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